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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두 얼굴 - 최광현책 2013. 1. 12. 16:31
이 사진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야누스'라는 신을 본뜬 석고상이다. '두얼굴'을 가진 존재로서 빛과 어둠같은 대립적인 존재를 표현할때 보통 이 '야누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왠지 '두 얼굴'하니까 떠올라서 야누스의 사진을 가져와봤다. 이번에 읽은책, '가족의 두 얼굴'은 평소 알고 있던 '가족'의 이미지의 '어두운 면'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쓴 책이다. 그중에서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빌려서 가족의 어두운면을 서술해냈다.
정신분석학은 현대에 이르러 '행동생물학'이라는 학문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되어왔다. 행동생물학이란 간단하게, 동물이 어떤 '행동'을 보일때 학습과 유전에 의해서 그 반응이 달라진다고 하는 학문을 말한다. 각각의 동물의 DNA에 프로그램화 되어있는 '유전정보'가 외부환경에 의해서 조금씩 조금씩 다르게 변화하며 그 반응이 '행동'으로 나타난다는것이다. 이런 행동생물학이 '정신분석학'의 존재감을 없앤 그 원인에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행동이 인간의 '성욕'을 통해서 설명되기 때문이다.(아무래도 프로이트의 이론은 그 근본이 대개 '성욕'에 있다.) 지금에 와서야 정신분석학이 맞기도 하고, 행동생물학이 맞기도 해서 어느게 옳다, 그르다라고 딱 꼬집어 말하는건 힘들지만 두가지 학문은 인간사회에 있어서 상당히 타당한 이론을 내비쳐 준다.
행동생물학이 무작위 운동과 정위 운동에 의해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한다면, 정신분석학은 모든것은 결국 '성욕'과 '트라우마'에 의해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한다.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쓴 이 책에서는 트라우마와 과거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중에서 안좋은 기억들을 없애려고 하고, 꾸며서 미화시키는 그 행위들이 모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지만 결국은 그로인해 안좋은 관계가 반복되는걸 설명해준다. '가족관계'나, '수동공격성', '애착이론' 등의 것들말이다.
'수동공격성'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었다. '수동공격성'이란 싫어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주위에게서 물러가라거나, 대화를 하지 말자고 하는 말들을 직접 내뱉는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불만을 표시하는게 아닌, 상대방이 제대로 눈치채치 못하게 간접적으로 표현하는걸 말한다. 보통 이런 예에는 연애중인 두 남녀가 싸웠을때 둘다 아무말도 안하고 화가 나있을때나, 자신보다 좀 지위가 높아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상황을 들 수 있겠다. 대개 수동공격성이 한것 표현된 상태이다. 화를 직접적으로 분출할 수는 없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는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는것이다. '나 말 안해!'라고 직접 이야기한건 아니지만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뭔가가 이상한걸 느낄 수 밖에. 그런게 바로 수동공격성이다. '꺼져'라고 직접말하지 않지만 꺼지라고 하는것 같은 그 느낌말이다.
'가족관계'는 익숙하고 편안한것에 이끌려 '어린시절'과 비슷한 환경과 분위기로 돌아가고싶어하는 '귀향이론'을 예로 들 수 있다. 어릴때부터 쭉 경험해왔던 그 '느낌'과 비슷한걸 찾아가는 것이다.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슷한건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약간씩 다 '익숙한 것'에 대한 호감이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자체가 '색다른것'에 대한 '신기함'은 있어도 그게 결국은 '익숙한 것'보다는 다가오는 느낌이 약해서 결국은 자주 만지고 맡았던것을 찾기 마련이다. 보통 '귀향이론', '귀향증후군'이라고들 한다. 나만해도 패션에 대한 가치관이 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만들어진 어떤 느낌에 의해서 생긴것이고, 집의 분위기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것, 싫어하는것까지 뭐 등등.... 물론 이 느낌이 항상 좋은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내가 어릴적부터 항상 '결핍되었던 것'도 자신에게 익숙해서 이걸 찾게된다는 의미이다. 내가 만약 사랑을 못받고 자라서 사랑을 잘 안주는 사람을 만났다 치면, 이건 결국 과거의 안좋은 느낌을 되살리는 일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익숙하기 때문에 그 느낌을 계속 가지게 되는것이다. 결국 이런것도 과거의 안좋은 기억들을 해결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무의식의 몸부림이라고 설명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갈등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관계통장에 대한 부분이었다. 은행통장과 비슷한 개념인데, 좋은 기분'을 느끼는 일의 경우라면 입금이 되고, 안좋은 기분으로 이끄는 일이라면 '출금'이 된다고 가정했다. 그렇다면 이 관계통장은 입금이 출금보다 많으면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높다고해서 좋은것만은 아니었다. 한쪽이 계속 주기만하고 다른한쪽이 계속 받기만 하면 결국 이건 관계의 파멸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 연애할때 이런일이 자주 있다. 한쪽이 계속 주기만하고 다른한쪽이 계속 받기만 해서, 받는쪽이 결국 너무 부담스러워서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야기나, 너무 주기만해서 내가 받고싶은데 안줬다고 헤어졌다는 이야기나. 약간은 '사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주는것만큼 어느정도는 받고싶어한다. '투자 대비 효용'이 100%가 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기준을 충족시켜줬으면 하는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다 약간씩 사람들마다 '결함'이 있기 때문에.
연애하면서 '관계 통장'비스무리한걸 생각해봤었는데 음..생각보다 쉬운 문제는 아닌것 같다. 뭔가 최근에는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했는데 이걸 말하자니 부담스러워 할것 같아서 잘 말을 못하는 내가 좀 불쌍한것 같다.....ㅋ
올해 벌써 책 2권을 읽었으니, 힘차게 달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