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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lity)책/외국소설 2013. 2. 6. 22:53
제인 오스틴의 단편 처녀작 <엘리너와 메리엔>을 장편화한 소설, 이성과 감성은 제인오스틴의 '데뷔작'이자, 당시 이 소설로 160파운드에 해당하는 인세를(재판을 통해) 거둬들였던 기록이 있다. 사실 처음부터 계속 읽을때 어느정도 '읽힌다'는 느낌은 들지만 굉장히 재미있다는 느낌은 가지기가 힘들었고 실제로 읽으면서 재미있다기 보다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약간 답답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 첫번째로 이성과 감성이라는 제목에서 나타내고 있는 대상은 여주인공인 '엘리너'와 '메리엔'을 뜻한다는걸 순식간에 알아차렸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사교계'라는 집단(또는 어떤 공동체)에 대한 회의감이나 답답함이 심하게 들었다는 것이다. '안나 카레리나'를 읽을때 느꼈던 그 특유의 '사교계'에 대한 이미지가 여전히 다른책에서도 나타난다는게 정말 아쉬울 뿐이지만(사실 이게 가장 리얼리즘적인 부분이기도 한건 인정한다.) 이건 유럽권 대부분의 책에서 나타나는 이야기려니 하고 받아들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엘리너의 이성적인 사랑이란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을 말하고, 메리엔의 감성적인 사랑이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걸 바탕으로 하는 사랑을 뜻한다. 열정적이고, 감수성이 매우 많으며 메리엔은 사랑하는 월러비가 자신과 비슷한 사고와 취미등을 가지고 있어서 공유할 수 있는게 많아 굉장히 기뻐한다. 그렇게 한동안 두 자매의 집에 윌러비가 지속적으로 찾아오면서 둘은 결혼을 할것처럼 교제를 나누지만 끝내, 윌러비가 이사를 가고(동시에 새로운 여인을 만나고) 둘은 그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게 되면서 교제는 사실상 끝이난다. 후일, 런던에 엘리너와 메리엔이 놀러가서, 편지를 주고받지만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메리엔은 매일매일 펑펑 울고 엘리너는 그런 동생을 돌보고 걱정하고 도와주는 '언니'의 역할을 잘 해낸다. 엘리너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마음으로 메리엔을 보살펴 준다고 할까.(진부적인 표현이지만 구관이 명관이다. 게다가 난 요즘 구관이 정말 그립다.)
엘리너가 사랑하는 '에드워드'는 뭔가 엘리너와는 잘 맞지 않는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표현도 어느정도하고, 엘리너와의 대화도 그럭저럭 되가는데, 자매가 이사하고 나서는 그 둘사이의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쯤되면 에드워드가 엘리너를 정말 좋아하는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데 결말까지 가서야 그 의문은 잘못된것이라는걸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에드워드가 '마음'을 여는데 굉장히 오랜시간이 필요했다는걸 알았고, 동시에 엘리너도 어떻게 보면 상대방을 '존중'함으로서 끈질기게 기다렸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당시 '유럽'의 결혼문화는 대개 남자가 여자의 집에 찾아가서 청혼을 하는식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그렇게까지 되기의 일련의 과정은 남자가 사교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그 여자의 집에 여러차례 찾아가며 가까워지고 서로의 의사가 같다면 그걸 공개하는식으로 이루어진다. 한가지 특이점이라면 '편지'를 주고받는게 결혼을 할 상대일 경우에만 암묵적으로 사용되던 방법중 하나였는데, 아쉽지만 메리엔과 윌러비는 그렇게 하면서도 서로 결혼을 하지 않게 된다. 윌러비가 어머니의 뜻에 따라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게 가장 큰 이유다. 메리엔의 집안은 그리 부자집안은 아니었으며 영지도 작은편이었지만, 윌러비가 결혼상대로 꼽은 그녀는 상당히 부자였던것이다. 엘리너는 에드워드와 결국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음....'감성'의 메리엔과 '이성'의 엘리너중 원하는 사람과 결혼을 이룬건 엘리너니까, 어떻게 보면 작가는 '이성'에게 판정승을 준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난 그 어느것에도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은 동시에 필요하다는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사람이 사랑하는데 항상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온통 불합리 투성일 것이다. 이성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논리'와 '합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가치관에 의해서 대상을 판단한다는것은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그 판단이 틀릴 가능성도 많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말이다. 그런 '불합리함'을 감성으로서 조절한다고 본다. 감성이 요구되는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돌봐줄 수 있는 그런 여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렵더라도 상대방에게 손바닥을 내밀어주며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런 자세가 '감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는 어느하나 빼서는 안된다. 작가가 의도한건 그 둘을 놓고 그냥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이건 단순히 사랑을 서로간에 주고받을때의 이야기이고, 사람은 항상 자신이 준 만큼 받고싶어 한다. 물론 종교적인 사랑을 보면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다른사람들이 자신의 사랑을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무언가 자신의 돈이 합리적인 투자로 쓰이고(월드비전이나 유니세프의 경우 사용내역을 공개함으로서 기부자들의 돈이 매우 투명하게 지원되는 돈으로 바뀐다는걸 인지할 수 있게 했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뜻을 전하는 행동을 함으로서 교감을 하고 기쁨을 얻는 그 과정속에서도 내가 어느정도 사랑을 줬으면, 자신도 받고 싶어 한다. 보상심리의 원인은 바로 '이유'에 있다. 자신의 행동이 타당함을 스스로가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확신뿐만 아니라 다른사람의 행동을 통해 확신을 더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잃을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혼자 남을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말이다.
글을 쓰긴 쓰는데 뭔가 찝찝함이 남는건 이번일 때문에 그럴것이다. 조금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생각해야겠다. 보인다고 당장 행동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