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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디 앨런,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리뷰
    영화 2013. 7. 8. 19:15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Midnight in Paris 
    7.9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 카를라 브루니
    정보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멜로 | 미국, 스페인 | 94 분 | 2012-07-05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이야기를 펼쳐내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야기가 바탕인지도 중요하다. 이 이야기는 이야기의 바탕도 훌륭했고, 그걸 펼쳐낸 각본자도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오래된 클래식 푸조를 나타낼 생각을 했을까.....모든게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주인공인 '길'은 할리우드의 극작가이고, 약혼자인 이네즈와 이네즈의 부모님과 같이 파리에 여행을 왔다. 길은 이 '파리'라는 도시에서 과거를 그리워한다. 여기에서 과거는 단순히 시간적인 의미의 '과거'가 아니다. 소설에서 보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서사성이 있는 '과거'이다. 한 시공간으로써의 과거 말이다. 과연 이 과거를 어떻게 인식하게 된것일까. 이네즈와 길은 일단 서로가 잘 맞지 않는것처럼 보인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길이라고 하더라도, 음, 약혼자 상대까지 성공스럽게 결정된건 아닌가보다. 사소한건 잘 맞는것처럼 보이는데 큰부분에서는 잘맞지 않아서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네즈는 '파리'라는 도시를 잠시 관광하는 곳으로 인식하지만, 길은 아니다. 길은 '파리'를 자신의 이상으로 삼는다. 그것도 현재의 파리가 아니라 과거의 파리를 말이다.


      잠시 얼마전에 읽었던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밀란 쿤데라에 관한 논문을 읽으면서 '민족문학'에 대한 부분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밀란 쿤데라는 체코태생인데, 체코에서 망명을 꾀한 후 체코어로 활동을 한게 아니라 프랑스어로 활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쿤데라는 체코의 민족문학에 속하지도 않고 프랑스의 민족문학에 속하지도 않는다. 이건 둘다의 민족성과 역사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두 문학계가 함부로 자기들의 문학세계에 속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기 힘든 작품성과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보헤미안'문학을 지향했고, 유럽문학을 지향했다. 하지만 '파리'에 관한 중요성이 논문에 기록되어 있었는데, 20세기 이전에는 파리가 예술가들의 도시로서 여겨졌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파리에서 예술활동을 한것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도시였으니까, 극작가인 길도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진정한 삶을 찾으면서 이 도시의 낭만을 느끼고 싶었던것 같다. 하지만 이네즈는 낭만보단 '화려함'에 빠졌으니 이 둘은 처음부터 그릇된관계로 묘사되었다.




       다시 위의 이야기를 계속하면, 이 그림에서 보이는 클래식 푸조를 타고서 길은 1920년대로 이동한다. (말도 안되는 '판타지'이긴 하지만 이 판타지는 이 영화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차안에서 피츠제럴드 부인을 만나고 이어서 같이 들어간 술집에서는 어니스트 해밍웨이를 만난다. 소설가이자 작가를 꿈꾸던 길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존경하던 해밍웨이를 만난 길은 피츠제럴드 부부와의 만남이후에 얼떨떨한 만남을 이어간다. 그날 이후 방에 돌아와서 이네즈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자신이 피츠제럴드와 해밍웨이, 콜 포드를 만났다고 하면 믿지 않을거라고 하면서 이네즈는 남편이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다. 다음날 자정에 이네즈와 같이 클래식 푸조를 타고 가고 싶어서 같이 그날 밤 거리로 가지만 이네즈는 참지못하고 먼저 택시를 타고 들어가게 된다. 결국은 또 혼자 남은 길은 해밍웨이와 같이 클래식푸조를 타고 거트루드 스타인과 피카소, 그리고 아드리아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매일 자정에 클래식 푸조를 타고서, 과거로 넘어가서 자신들이 동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가는 길에게 '아드리아나'는 환상적인 여인인데, 길은 이 여인을 첫눈에 보자마자 반하지만, 약혼자가 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단번에 표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해밍웨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자신의 현재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한다. 해밍웨이는 사랑을 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하는 그 순간만이라도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길은 잠시 생각해보고 나서, 자신이 이네즈를 사랑하고 있고, 약혼자이고 곧 결혼할 사이기 때문에 사랑해야하지만, 잠자리에서 자신이 죽음의 공포를 잊을만큼 행복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에 아드리아나를 생각한다. 그녀라면, 그녀처럼 매력적인 여자라면 자신에게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생각하는 것이다.




       위 장면에서처럼, 길은 아드리아나가 쓴 수필을 현재로 돌아와서 사 읽게 된다. 하지만 왠걸 프랑스어라 하나도 읽을 수가 없어서 어떤 사람에게 돈을 주고 그 수필집을 영어로 해석해달라고 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드리아나 역시 자신을 보고서 첫눈에 반했고, 그 반하게 된 남자의 이름이 바로 자신의 이름 '길'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길은 아드리아나에게 점점 더 빠져들면서,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을 사랑하는건지 고민하게 되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이 있는 공원에 가서 큐레이터에게 묻는다. 두명의 여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지를 말이다. 로댕은 그랬었다. 자신의 부인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나서 만난 '카미유 클로델'또한 사랑했었다.(이건 로댕전에 가서 내가 느꼈던 사실이다.) 로댕의 조각에는 사랑을 주제로 다룬 작품들이 많았었는데, 그중 '첫사랑'과 같은 작품들을 볼때마다 이 사람의 사랑은 대단하다고 느꼈었다. 두사람을 동시에 사랑했던 로댕을 보면서 길은 생각한다. 자신이 아드리아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이다.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아닌가. 길의 글을 처음 읽을때 아드리아나가 길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난 당신의 글이 정말 좋다고 했었는데.....아드리아나는 이 말로 자신이 길에게 사랑을 느낀다는걸 암묵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길은 그 당시만 해도 이네즈에 대한 생각때문에 함부로 아드리아나를 자신의 마음에 두기란 힘들었을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둘의 마지막 순간에서 관계가 깨진다는 점이 있긴 하다.

       둘의 관계는 둘다 '황금기'를 자신의 현재가 아닌 과거에 두는데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길은 황금기를 아드리아나가 살던 시대로 생각했었고, 아드리아나는 그보다 더 이전에 19세기의 고갱과 드가가 있었던, 막심 레스토랑이 있었던 시대를 황금기로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길은 생각한다. '황금기'라는게 결국 과거에 있을 수는 있지만, 과거가 더 좋다고 생각하고 과거에 머무르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그렇게 19세기에 남고싶어하는 아드리아나와, 현재로 돌아가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길은 헤어지게 된다.


       거트루트 스타인에게 보여주는 '습작'은 매 순간순간마다 길의 삶과 그 삶에 상태를 이야기해준다. 이네즈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을때는 '패배주의에 깃들지 말아라'고 했고, 달리와 부뉴엘을 만나 초현실주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을때는 환상주의가 깃들어있는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이네즈와 더이상 데이트를 하지 않으며 동시에 파리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마지막순간에는 주인공의 부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준다. 여기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말하는것인데 하면서, 이네즈에게 바람을 피우는게 아니냐며 항변한다. 이네즈가 자신의 대학동기인 폴과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잠자리를 같이하고 싶다는 길의 바람마저 꺾은지 오래였으니 내가 길이어도, 그런생각을 할만할것 같다. 몇일간 여행을 같이하겠다고 하지 않나, 점심먹어야한다고 먼저 나가지 않나, 밤거리를 같이 걷자고 해도 피곤하다고 먼저 자러 들어가지 않나....내가 너무 남자편만 든것 같은데, 나는 내 진심을 말했을 뿐이다. '파리'라는 도시는 '낭만의 도시'라고 생각한다. 영화로만 봐도 낭만이 가득하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나오는것도 그렇고, 비포 선셋에서 나오던 강가가 나오는것도 그렇고, 아드리아나와 같이 걸어다니던 밤길까지도 모든게 아름답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과연 내가 얼마나 현재에 충실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현재에 충실한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아드리아나처럼 행동하고 있진 않은가. 아드리아나가 나쁘다는게 아니다. 다만 나는 길처럼 살아가고 싶은것이다. 영화마지막에 파리에 남겠다고 하면서 파혼을 선언하는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떤 당장 보이는 성공도 중요하긴 한데 하고싶은걸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걸 하는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쉽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영화의 마지막에 만나는 콜 폴드 음반을 팔던 처녀 '가브리엘'을 만나 비오는 밤의 파리를 같이 걷는 장면은 영화의 낭만성을 더해주어 매우 기쁘고 행복했다.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력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우디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 그가 만들어낼 미래의 '도시'작품들을 기대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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