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참으로 이해 할 수 없었던 작가중에 한사람. 그 사람의 글들은 하나같이 '다른'글들이었다. 그런데 이 '다름'이 워낙에 강해서, '프란츠 카프카'가 아닌 다른사람이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쓰게 된다면 그 글들은 '모방'과 '표절'논란에 휩싸여 출판함과 동시에 엄청나게 까여서 가루가 될 것 같다. 그런 특성을 지닌 그의 소설 '변신'은 어찌보면 현대문명사회에서 익히 다룰 수 있는 주제를 꺼낸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그만큼 공감가는 측면도 많다.
그레고르가 어느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벌레'가 되어버리는 이 기묘한 설정은 내가 이책을 오래전에 처음 읽었을때 가히 충격이었다. 보통 주인공이 '변신'을 하게 된다면 고전소설의 경우 이 '변신'이 일어날 것이라는걸 미리 암시를 한다던가, 현대소설에서는 약간의 '복선'을 깔고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 소설에는 그러한 장치가 하나도 없다. 그러니 뜬금없고 충격인 것이다. 기존의 기법들을 탈피한다는건 바로 이런부분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한 이후부터 그는 가족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다. 단 한명, 그의 여동생만큼은 그를 무서워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벌레가 분명 '그레고르'라는 생각만큼은 버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바로 느낄 수 있는게 '희망'이라고 난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그레고르'에게 향한 경멸감으로 나타나기 때문인데 여동생만은 그걸 유일하게 표현하지 않고있다. 아니, 어려서 아직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인간적으로 그레고르를 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없이 아름다웠을 뿐이다.
한국사회도 이 소설에 나타난 사회의 '일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돈을 벌어다주는 사람이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은 이걸 감사히 쓰는게 아니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이러한 태도는 곳곳에 퍼져있다. 나조차도 때로는 '아버지'로서 아버지를 생각하는게 아니라, 돈벌이를 해주시는 분으로 인식할 때도 많으니. 분명 고쳐야 하는 점인데도, 현대문명은 나를 무의식적으로 바꿔놓았다.
이 소설을 과연 기쁘게 받아들여야 할지, 슬프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