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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책/외국소설 2011. 5. 29. 13:58
       책두께는 매우 얇았다. 아마 내가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책 두께중에서는 가장 얇았던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 책은 금방 읽겠지 하며 기쁜마음을 가지고 책을 피기 시작했는데, 역시 마음대로 될리가 없다. 답답해 죽을뻔한 이번 소설, 그럼 이 소설에 대해 내 느낌을 말하겠다.

       '언론'의 기능은 '소식을 전달'한다는 기본기능에 가장 충실할때, 빚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TIME지를 구독했었는데, 그 이유는 이상하게 학교만 들어오면 세상과 단절되고, 뉴스도 안보고, 신문도 잘 보게 되지 않아서였다. 물론 인터넷 뉴스/기사가 있다고는 하나, 그게 만능일 수는 없지 않은가. 한때 일본지진이 일어났을때, 다음 뉴스란을 매일 3번정도는 눌러서 본 기억이 나지만, 그 전에는 그런적이 없었고, 지금 역시 뉴스를 보는게 줄어버렸다. TIME지는 이런 무관심함을 어느정도 없앨 수 있는 방편중 하나였고, 해외기사를 접하기에는 더 좋은 '언론'이었다. TIME에는 월드 브리핑이 있는데, 세계지도를 하나 펼쳐놓고 세계의 중요사건이 일어난 곳을 빨간점으로 표시해서 여러곳의 사건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공간이 바로 월드 브리핑이다. 이런부분은 '언론'의 소식전달 기능을 매우 충실히 지킨다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모든언론이 이런 기능만 하는것은 아니다. 언론에는 그 언론들의 '성격'이 반영된다. 예를 들면 '사설'을 들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성격 반영'은 1면 표지기사이다. 표지기사만큼 그 언론의 성격을 드러내는 기사는 없다. 가장 먼저 보여지는게 바로 표지기사이다. (인터넷으로 들면 메인기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표지기사에 어떤 기사가 어떤 크기로, 어떤 사진과 함께 실려있는지가 그 신문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내용안에서 '차이퉁'의 1면이 어떻게 장식되는지 부분적으로 표시가 된다. 나는 그 신문이 반공에 가까우며, 최대한 '카타리나'라는 존재를 끌어 내리려는 성격을 여럿 포함하고 있었다고 느꼈다. 이러한 '차이퉁'의 성격은 대한민국의 언론에서도 별반 다르지가 않다. 어떤 사람을 가지고 이리저리 뜯어서 잘게 부수는 일들은 수없이 일어나왔다.

       난 이러한 현상들의 원인을 바로 현대사회의 '무관심'과, '자극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대한민국만 해도 70~80년대에 비해서 90년대가 더 현대적인데, 여기에서 현대적이라는건 생활 수준이 현대적으로 되었다는게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이 현대적으로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좀 더 개인화되고, 자신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게 되었고, 단체행동도 잘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이런 현상들이 유럽에서는 반세기~1세기 정도 일찍 일어나게 되었고(산업화가 우리보다 이르기 때문에) 소설의 배경도 그럴 가능성이 짙으며, 사람들의 사고 방식도 그럴 개연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는 '흥미'로운것을 찾기 마련이다. 자신들의 삶을 하루하루 채워나가기 바쁜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일상에서 자신의 '정력'을 쏟을 수 있는 일이 필요한데, 그게 '직업적 일'이 아니라 그야말로 '소일' 에 가까운 일들로서 '정력'을 쏟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렇게 깔 수 있는 대상이 나타나면 당장 이글을 쓰는 나라도 당연히 깔 수 있는 사람을 까내릴것 같다. 그만큼 흥미거리가 없으니까. 두번째로 지적했던 '자극적인 것'에 관해서는 너무나도 할말이 많지만, 간단한 예를 두개만 들자면, 하나는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노래와, 기사에 쓰이는 '단어'를 들 수 있겠다. 신문을 쓰는 기자들조차 '종결자'라는 표현을 쓰는 이마당에 나는 할말을 다했다.

       카타리나 블룸과 같은 사람은 보기가 힘들다. 자신이 죽여놓고서, 죽였다고 자수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죽였던 이유가 어찌되었든, 그렇게 자수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읽을때 '언론'의 악기능을 비판하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특성이 독특한 것도 좀 부각된듯 싶다. 좀 더 일상적인 예를 가지고 왔어도 될텐데, 굳이 필자가 이런 주인공을 선택한건 의문이 남는다.

       이 소설에서 마음에 안들었던 점은 단연 '문체'와 '구성'이다. 물론 이 책을 쓰는 지은이가 예상독자를 소위 말하는 '비판적인 지식인'으로 가정하고 글을 쓴것 같은데, 나는 이런글을 '일반인'들이 오히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판적인 지식인들은 이러한 언론의 행패(태도)를 알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 무언가 작가가 의도한 만큼 이 소설이 파급효과를 가져왔을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소설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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