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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P.S 파트너' 리뷰영화 2013. 10. 23. 22:37
19금 영화는 '인더하우스'이후에 오랜만에 접했다. 그간 뭐, 영화 자체를 잘 보지 않았으니까 애매하긴 한데,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걸 하필 왜 이것으로 봤냐고 하면 정말 할말은 없다. 다만 그간 계속 보고 싶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난 그냥 그걸 잡아챈것일 뿐이라서. 인과관계는 말하기가 힘들다. 결론은 이 영화가 굉장히 마음에 들면서 생각할 거리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할 거리가 늘어서 인가...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 정말정말 자주 들었었다. 이 영화는 '결혼'은 아니지만 같이 사는 '동거'도 결혼과 별다를바가 없다는걸 초반에 보여준다. 아주 강렬하게. 커플의 싸움을 통해서, 현실의 중요성에 대해 어필한다. 여자는 직업이 있고 돈을 벌어오지만, 남자는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돈도 벌어오지 않고 집에만 있는 형세, 여자는 집에 들어와 남자에게 말한다.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만 남자는 받아친다. 나를 못믿는 거냐고. 그러면서 여자가 선물해준 비싸보이는 기타를 던져 부숴버린다. 그렇게 시작한 영화, 과거를 보여주고 헤어진 현재를 다시 제시하면서, 영화는 어떤 여자의 '폰섹스'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낯선여자의 폰섹스, 그 여자는 자신의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제대로 누르지 않고 마지막 번호를 잘못누름으로서, 현승과의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첫만남을 어색하게 시작하고 나서, 둘은 전화를 끊고 이윽고 소연과 현승의 관계, 윤정과 승준의 관계가 그려진다. 소연과 현승의 관계에서는 헤어진 직후를 그려내면서, 현승이 다시금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전날 '폰섹스'를 해온 윤정에게 풀어버리기 위해 전화를 건다. 때마침 윤정은 자신이 기대하던 프로포즈가 아니었던것 때문에 승준에게 실망하게 되고, 기분이 우울해져있던차, 전화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서로가 소리를 지르며 싸우지만 점차 서로의 기분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애인에 대한 문제점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열어가게 된다.
현승은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헤어짐을 선택하게 됬다. 물론 그 선택이 100퍼센트 자의에 의한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는 돈걱정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게 얼마나 심했으면, 새 남자친구가 생긴 소연을 만나서 하는이야기가 '새 남자가 돈을 많이 버는가'이었을까. 그러나, 이 질문은 간단히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심각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요즘도 하루에도 수십번,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면서 먹고살지를 걱정하는 건, 살아가는데 적당한 양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달에 10만원벌면서 산다는건 너무나도 고달픈 일일 것이다. 하고 싶은일을 어느정도 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집에 새로운걸 들이고 싶어서 뭔가 사기위해서는 돈을 벌어야만 한다. 평생 백수이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한 20억만 되면 되겠는데, 우리집안 전체자산을 합쳐도 20억은 안될거니까.
이야기는 그렇게 둘이 서로의 '소울메이트'가 되어가고, 승준으로부터 청혼을 받고, 소연으로부터 다시만나자는 이야기를 듣고도 서로를 잊지 못한 둘은 윤정의 결혼식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이후, 현승이 라디오에서 윤정이 건 전화를 통해, 서로의 재회를 암시하면서 영화는 끝나게 된다.
평점 이야기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으니, 평점과 무관한 내 느낌을 이야기하겠다.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나름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중 하나는 바로 '현실감'이었다. 어떤 커플이든지 예외는 있을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은 이 영화에서 가장 처음부터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이란건 소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족할것 같다. 이건 삶 그 자체라고 해야할것 같다. 지금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의 벽을 이 영화에서는 철저하게 보여준다. 맞벌이가 보통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다시말하면 혼자벌어서는 빠듯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쪽이 돈을 벌어오지 않고 '놀음'처럼 보이는 것만 하고 있는데, 그것도 기다려봐야 1년이지, 4년 5년을 그렇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소연은 그런 심정을 정말 절박하게 표현해낸것 같고, 승현은 '놀음'처럼 보이는것에 대한 억울함을 절실하게 표현했다. 선물받은 기타를 던짐으로서.
또다른 현실감인 '결혼', 윤정과 승준의 관계에서는 결혼에 대한 시각차이를 보여준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남자잘못이 가정된 상황에서의 이야기전개가 이루어졌다는점을 감안한다면, 시각차이라고 말하기 보다, '결혼적령기가 된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라고 말해야 정확할 것 같다. 윤정은 승준과 결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승준은 윤정의 뜻대로 프로포즈를 해주지 않고, 오히려 다른여자와 바람나는 모습까지 보여져버린 상황이다. 승준은 그 사실을 모르지만, 윤정은 알고있지만 말하지 않고, 한번더 기회를 주기로 하는것이다. 그러나, 승준때문에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둔 윤정에게 승준이라는 남자친구는 매우 믿음직스럽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윤정은 남자친구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했고, 주위에서는 왜 아직도 결혼안했냐며 말소리가 나오는판에, 여자의 마음은 술렁술렁할만한 상태가 되는것이다. 이건 비단 이 영화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한민국 여성들이 겪는 문제이다. 적령기가 되면 팔랑귀가 되고, 남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위축시킨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많은 여성들은 이를 겪는다. 남자인 나조차도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해보일정도라면, 이 영화는 정말 현실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면도 있다. 핸드폰을 바꿨다고 남자친구의 번호를 잘못누르고, 폰섹스를 해버린 상대가 협박한다고 해서 그렇게 물러날 여성이 있을까? 그리고 전화한 남자가 아무리 불쌍한척을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상황에 대한 '안정감'을 중시하는 여자들로서는, 낯선남자의 전화를 달가워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점에서 정말 비현실적이다. 다행인건, 그 비현실적인 요소가 도리어 '현실적인 점'을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높이평가하고 싶은건, 솔직한 대화. 평소 내가 '대화'를 하는 여자사람 친구와는 아직 영화의 주인공들의 수위까지 높이진 못했는데(내 개인적인 희망사항이긴하다.) 이 영화처럼 편하게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거라고 생각해본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인터넷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기에는 뭔가 그 사람들이 나를 모르는게 많기 때문에 꺼려지지만, 정말 나와 어느정도 친분이 있던 사람들과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내 속이 조금은 시원해질것 같다. 좀 궁금한것도 어느정도 풀 수 있을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 영화를 이번에 같이볼 영화중에 하나로 고르긴 했는데, 영화를 찾다보니까 고르게 된 영화가 많아서 이 영화는 뒷전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뭐, 하루종일 영화만 보게 된다면 이 영화도 보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는 나혼자 보고 끝나버릴 영화가 될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부디, 하루종일 영화만 볼 수 있게 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