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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r(그녀)' 리뷰
    영화 2014. 7. 10. 14:11

     


    그녀 (2014)

    Her 
    8.4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루니 마라, 에이미 아담스, 올리비아 와일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6 분 | 2014-05-22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영화 이야기의 전개순서대로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며(다분히 역순행적 구성..)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난 애이미 애덤스의 팬이다. 그녀가 '줄리 앤 줄리아'에 나왔던 때 부터, 그 영화를 봤던 때 이후로 그녀의 팬이 되었다. 뭔가 정말 '여자 배우'같은 느낌을 받는 몇 안되는 외국배우이다. 난 메간 폭스 같은 여배우도 너무 그렇고 그런다고 '틸다 스윈튼'과 같은 배우들도 대단하게는 느껴지지만 팬은 아니다. 하지만, 애이미 애덤스에게는 내가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어서일까, 참 여러모로 괜찮다는 생각을 한번도 지워본적이 없다.

     

     

    그녀는 화장을 저렇게 연하게 했을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영화 이야기 전에 배우 자체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영화속에서 '에이미'는 테오도르가 사랑에 빠지는 OS - 사만다 - 와는 다르지만 정말 '괜찮은 친구'인,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현실속에서의 진정한 친구라고 할까, 자신과 처지도 비슷해지고(찰리와 이혼하게 되면서) 그녀 역시 OS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OS가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 것 또한 테오도르와 같다. 다른점이라면 '남자'와 '여자'라는 점과, 테오도르는 OS와 사랑에 빠진다면 에이미는 아니라는 것 정도. 이 정도까지만, 배우 '에이미 애덤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예전에 글레디에이터에서 '코모두스'역할을 했었던 배우이다. 이 배우가 지금은 저렇게 수염을 길러서 전혀 그때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고, 나이도 그떄에 비해 20년 가까이 늙었으니 당연하지만, 그냥 그렇다는것만 알아두자. 테오도르는 '아름다운 손편지 쓰기 회사'에서 일하는 괜찮은 능력자이다. 그의 편지는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영화 속 사회는 이미 어느정도 '현실적인 미래'를 보여준다. 음성인식이 거의 '완벽한 사회'가 영화의 배경이다. 귀마개처럼 생긴 이어폰을 통해서 이메일을 읽고 답장하고, 일하는 곳의 컴퓨터와 프로그램은 테오도르가 말하는대로 '필기체'의 편지를 써내고, 게다가 전화기는 두면에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있고 접기가 가능하며 카메라까지 달려있다. 게다가 이 폰은 충전 한 번 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비현실적이구나!) 그런 '테오도르'는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예비 돌싱'이다.

     

    전 부인(캐서린)과 대학원때부터 같이 살아왔던 그는 '결혼'을 통해서 굉장히 기쁜 생활을 보냈지만(기쁘기만 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는 결혼 자체에 대해 대부분 '만족'했었던 태도를 보여준다.) 아내의 요구로 이혼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관객으로서 좀 답답한건, '캐서린'과 '테오도르'가 싸우는 장면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감독은 이 영화에서 캐서린과 테오도르간의 '다툼', '이혼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기 보다, 테오도르가 'OS'와 사랑에 빠지는 것을 그리려고 했다는 자신의 의도를 잘 이루었다. 영화 내내 주로 대화하는 '남자'와 '여자'는 테오도르와 OS(사만다)이다. 즉, 방황하고 있는 테오도르(주인공, 나)를 잡아 주는 건 '진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brain system이다.

     

    퇴근하고 나서 그냥 돌아다니가 바라본 광고판에서 인공지능으로 이루어진 OS를 광고하는 걸 본 테오도르는 그 프로그램을 주문하고, 조금은 불친절한 설문과 함께 시작된 OS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광고에서 나오는 문구는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는 어디를 가야할지 뭘 해야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 OS를 구입해라!!) 광고를 보는 장면이든, 지하철역 계단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든, 그냥 거리에서 걷는 것 모두 영화에서 '소외'가 나타난다. '군중'속에 있지만 대화하는 사람은 한명 혹은 두명, 혹은 OS인 사회를 그렸다. 지금의 현대사회도 역시 뭔가(대개는 스마트폰) 만지면서 걸어간다. 절때 '앞'을 보지 않고, 기계를 통해서 우리는 의사소통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결국 이야기하는 대상은 '사람'보다는 OS가 많을 수 있다는 걸 테오도르는 깨닫는다. 자신 말고도 수백명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OS는 사람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서로간에는 대화가 잘 되었지만 인간이(테오도르)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려는 것에 대한 건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실체가 없는데 어떻게 감정을 느끼느냐고 테오도르가 OS에게 말하는 것처럼, OS는 자신이 OS이기 때문에 여러명과 동시에 대화하고 여러명을 동시에 사랑한다고 말한다.

     

     

     

    난 이 영화를 판타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점점 사람과의 인간관계는 얕아지고 있다. 내가 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는 아닐 수도 있다.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서 말했던 가벼움과는 질적으로 다른 '가벼움'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데, 가볍지만은 않은 가벼운 관계를 우리는 만들 수 있는걸까, 그런 의미에서 OS, 사만다는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에이미의 말처럼, 우리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테오도르가 느끼기에 인간관계에서 괜찮을 것이라고 여겼던 에이미마저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에이미는 '이혼'의 시발점이 집에 들어와서 슬리퍼를 놓는 부분에서부터였다고 털어놓는다. 찰리는 가지런한걸 원하고, 에이미는 그냥 던져두고 쉬는걸 원하고.) '인간관계'는 노력을 많이 쏟아야 하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데, 그 인간관계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OS는 가장 매력적이면서, 힘들 덜 들일 수 있고, 자신에게 비교적 맞춰져 있는, 아주 괜찮은 '사람 같은 사람'이다.

     

     

    단점? 단점이라고 해야하나, 판단하기가 좀 힘들지만 사만다(OS)는 소리를 통해서 테오도르와 섹스를 하게 되는데, 이에 만족하지 못한 사만다(OS)는 인터넷에서 찾은 어떤 여자가 우리의 관계(인공지능-테오도르)에 도움이 되고 싶고 끼어들어보고 싶다면서 그 여자를 통한 섹스파트너 제안을 하게 된다. 테오도르는 거부를 하지만, 사만다는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서 밀어 붙인다. (이 부분에서 나는 뭔가 다른 사만다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 같다. 그전에는 가급적 상대를 배려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게 되는, 상당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연인관계 내에서 '태도'를 본듯하다.) 결국 테오도르는 마지못해 동의를 하지만, 너무 불편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전희단계에서 관계를 끝낸다. 물론 그 여자도 상처를 받고, 사만다도 미안해한다. 비현실적인 부분을 현실화 한다는 건 어렵다는 것, 넘을 수 없는 '벽' 있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테오도르는 난감해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나 그는 역설적으로 사만다 말고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을 여력이 부족하다. 친구도 몇명 없는 것 같고(연락하는 장면이 나오는 건 에이미 뿐이고) 자신의 감정 표현에도 서툴다. 캐서린과 결혼한 상태일때 화가 나있는데도 화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던 스스로의 기억을 되살리며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 사람이란게 모두가 자신의 감정표현을 완벽하게 해낸다면(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연속극과 같은 상품들은 시청률이 높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거친 표현을 통해 감정을 표출하고, 누군가는 부드러운 말로 감정을 털어놓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아예 그러지도 못하고 끙끙거린다. 이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것이다. 그래서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안되는건데, 캐서린은 그게 힘들었고, 테오도르는 이를 주어진 시간 내에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또 다른 사랑을 찾아나서는 과정에 '사만다'가 있고, 같이 걸어주는 '에이미'가 있다. 아마도, 에이미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 테오도르와 같이 옥상에 올라가 의자에 앉아서 테오도르의 어깨에 기대는 건, '네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아.'라는 말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내내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다. 도대체 뭐라고 정의해야 하는 걸까. 생각들을 그냥 적자면 이렇다. '사랑'은 내가 원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나도 그렇다. 나도 내가 '찾던 사람'을 요즘 찾았다는 생각을 하며 그 사람을 생각하고, 연락하고, 대화하고, 만나러가고, 그리워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내가 상대방을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로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진실'을 볼 필요가 있다. 난 분명 그 사람의 일부만을 보고 있다. 물론 그 일부만이라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감사해한다..... 어제는 사랑하는 이가 이런말을 했다. <'연애'는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영화 내용 중에서 스크린은 어둡기만 하고 '소리'로만 섹스하는 신은 청중들이 영화의 내용에 '감정이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직접적인 방법이었다. 이 영화에 쓰인 '기법'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라면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 같다. 그만큼, 감독은 각본과 음향, 장면, 앵글 하나하나까지 잘 짜여진 영화를 만들어냈다. 테오도르가 침대에 옆으로 누워있는 장면의 클로즈업이나, 회사 직원과 같이 여행을 가서 배를 타며 바람을 쐬는 장면에서도 그의 '기쁨'이 밝은 빛과 함께 느껴졌다.

     

     

    영화가 끝나고서 생각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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