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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 안정성과 문화, 관계에 대한 시각 차이.
    여행/봉사활동 하면서 2016. 1. 10. 03:00

    최근에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길래 마침 생각나서 글을 쓴다. 물론 그 글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1. 성 평등과 고용 안정성

    여기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문화적인 차이'중에 하나는, 바로 '성 평등'이다. 이게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어떻게 해서 생성된 것인지 설명하기는 매우 복잡하다. 서양에서도 여성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권과 관련된 대중적인 선거 운동은 시작된지 20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의 '톨레랑스'가 낭트 칙령 이후부터 서서히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면, 여성 운동을 통한 여성 인권의 신장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기에서는 '성 평등'이 느껴진다.

    가장 큰 성 평등은 '여자'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아무런 장벽 없이 해낸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학교를 제외하면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 다들 뭔가 거부감을 느끼거나 약간은 새로운 느낌, 어색한 느낌 등을 얻는 편인데 여기에서는 사실 그런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는다. 일단 사회적으로 '여성' 리더는 거부감이 전혀 없다. 사실 나 조차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일하는 기관의 '하우스 매니저'중에서 한 곳을 제외하면 다 여성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결론은 나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이 기관의 특성상 '여자'가 좀 더 일하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인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여전히 여성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내 하우스 매니저는 70세가 넘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가정하면 정년이 지나고도 한참동안 일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의 고용 안정성은 매우 높은 편인데, 물어보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73세~75세까지 일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인 만큼 이건 당연 한 일이면서도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이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거의 다 되었지만 젊은 이들의 일자리를 위해서 어른들이 더 일찍 나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발생하는 건 우리 하우스 매니저와 다수의 중장년층 노동자들이(노동자 말고는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대분류용 단어'가 없어서 노동자를 쓴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자료 입력의 속도 저하가 끝이다. 그 외에는 사실 '큰 차이점'이 없으니 근본적인 능력의 차이는 없는 것이다.


    2. 자유로운 의사 소통

    하급자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점도 상당히 인상 깊은 것 중에 하나이다. 예를 들어서 나는 내가 일하는 하우스에 몇 가지 제안을 했는데, 그 중 하나는 학생들별로 아주 간단한 'instruction'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risk assesment나, care plan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걸 읽어내고 바로 일을 하기에는 양도 많은 데다가 '정리 되지 않은' 정보이며 '나열된 정보'로서 기능을 하는 것들이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랬던 것이다. 결국 이건 받아들여졌고, - 1달 만에 받아들여졌다. 중간에 휴가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달도 채 되지 않는다. - 지난 회의에서는 학생들별로 간단한 instruction을 만들기로 합의를 했다. 모든 학생들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그런 간단한 설명서를 말이다. 결국 그 설명서는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고 이건 곧 내가 일하는 하우스에서 지내는 학생들을 위한 'care'중 하나로 굳어지지 않을 까 싶다.(내가 변화 시킨 것 중에서 괜찮은 한 가지가 아닌가 싶다.)

     

    3. 관계에 대한 시각 차이

    보통 연인 관계에서 우리나라의 문화는 아직까지 내가 하기 싫은 것이라도 상대방이 원한다면 해보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편이라고 본다. 물론 내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이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관계와 주변에서 보고 듣고 있는 관게는 그렇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사실 여기에서는 더 이상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져버렸다. 가장 큰 명제 중에 몇가지를 고르<내가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는다>와 <네 의견이 나와 다르더라도 네 의견을 확실히 말할 수 있도록 끝까지 존중하겠다>를 고를 것 같다. 아마 이걸 우리나라에서 실현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존중감과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의 선호와 본인의 취향이 충돌할 때 일어난다. 하지만 대개 여기에서는 개개인의 성격을 우선순위로 하면서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기본으로 전제되어 있다.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어떤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특징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사고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내 경우에서도 이와 같은 공식이 적용되었다. 다른 한 봉사자와 성격차가 좀 있었다. 이게 상당히 스트레스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영어로 느껴도 '강하다'고 느낄 만큼의 강한 어조가 내게는 일하는 동안 내내 스트레스 였던 바람에 이 부분에서 수정을 조금 부탁했던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있지만, 상대방을 먼저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건 대개 연인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 지내는 일반적인 '친구'들 부터 '동료'들까지 모두가 하는 이야기는 네가 하기 싫은 것들을 강요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연인관계가 지속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내가 경험해왔던 관계는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나를 좀 더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 했는 데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또 그게 아니었나 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 여전히 의문이고 아마 곧 한국으로 돌아갈 테니 결국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조금은 다른 문화를 체험했다는 점 정도로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해외 생활이 곧 끝나면 이 곳 생활이 그리워 질 것 같다. 합리적인 의사소통 문화는 정말 그리울 것이다. 과연 한국에 돌아가서 어떻게 의견 개진을 해야 하려나, 조용히 가서 양해를 구한 후 내 의견이 우리 조직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 후에 차근차근 말을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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