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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열 중단편전집 출간 기념 수상작 모음집
    책/한국문학 2016. 6. 2. 22:25


    1.

    이문열 만큼, 다양하게 바라보는 작가가 한국 사회에 또 있을까,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되는 작가는 참 드물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의 반은 그의 정치 활동 때문일 것이며 다른 한 편으로는 그의 수 많은 작품들 때문이겠지 싶다. 사실 이문열이 평역한 삼국지는 읽어보지도 않았고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내게 있어서 최고의 삼국지는 만화 삼국지라고 말을 미리 해두겠다. 어쨌거나 이문열이라는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환상 같은 건 없었다. 그게 썼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한 작품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이 작품이 교과서에 실렸었던 게 크게 다가와서가 아닐까 싶다. 지금 와서 이 작품을 다시 보니 학생 때 읽고 넘어가기에는 단지 '학교 교실'이라는 공간적 배경 말고는 괜찮은 점이 보이질 않는 데 실려있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이문열은 내게 기억에 남은 작가가 되었다.


    2.

    지난번 글처럼 짤막짤막하게 작품 언급을 하면서 글을 짧게 써낸다. 작품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면, 이문열이 창작한 중단편들에는 시대적인 문제가 녹아있었다는 것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그걸 머릿속에 담아두고 이문열의 다른 작품들을 읽는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 새하곡 : 새하곡은 이문열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에는 '군대'라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문제가 녹아있다. '군대'는 단순히 국가 방위의 의무로만 설명하기에는 그 조직이 너무나도 복잡하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잘못되어먹은 '복종'이라는 개념과, 나이와 의무, 그리고 사회에서의 직업이나 권위, 과거 무슨 일을 했었는지, 보직 내에서의 전문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있다. 그가 사회적인 작품을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군대를 통해서 드러내는 방법은 인상적이다.

    2) 금시조 : 이 작품은 어떠한 사회상도 주인공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또한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이 추구하는 특정한 가치를 찾으려 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금시조'를 보게 되는 장면은 광염 소나타의 결말과 묘하게 유사한 면이 있다. 여기에는 그 어떠한 거시적인 역사가 개인에게 개입하지 못한다. 유일하게 개입하는 부분이라면 '고죽'이 아버지와 떨어지게 되는 계기 뿐이다.

    3)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아마도 이 작품이 이문열을 대중적인 작가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게 아닐 까 싶다. 초등학교에서의 이야기를 빌렸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상 '어른들의 사회'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를 포함한 수 많은 사람들은 느꼈을 것이다. 묘한 '복종'에 대한 그리움, 뭔가 자유가 억압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잘 돌아가는 것 같은 사회, 게다가 부조리함을 먼저 꺼냈을 당시에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다가 막상 모두가 공포에 질리고 나니 다들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토해내는 이율배반적인 행동 등 다양한 면들이 지금까지도 상징적이면서 의미있는 장면이라고 평가 받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게다가 소설의 공간적인 배경이 '초등학교'라는 점 또한 주목받아야 할 부분이다. '복종'과 '침묵'에 대해서 논한 작품이다.

    4) 시인과 도둑 : '혁명'이라는 소재가 담겨있는 이야기, 고전소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실상은 현대 사회와 비슷한 대응방식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조금 막막한데,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시인은 도둑이 이루고자 하는 혁명을 도와주기 위하여 사상시를 써서 퍼뜨리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되어 사람들이 대비를 하고 혁명을 이루고 싶어하던 민중들은 도리어 '시'로서 감정을 풀어버리고 침묵한다는 내용이다.

    5)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 이 안에는 '거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IMF라는 시대적인 상황 아래에 놓여있는 소시민 둘을 가져다 놓았다.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 '이상'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로 옮길 수 없는 남녀를 통해서 무언가가 올 듯 하지만 오고 있지는 않은 상황 속의 주인공들을 그려냈다.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두 사람과,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를 이뤘다고 생각한 뒤에 오는 허망감 등이 나타난다.

    6) 익명의 섬 : 익명의 섬, 사실은 섬이 아니라 아주 깊은 '산골짜기'동네이다. 여기에서의 '익명'은 개철이의 행동을 눈감아 준다는 점에서 '익명'이라는 점이다. 애둘러 설명하기 애매한데, 음..사실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해서 소개글을 깊이 있게는 못쓰겠다. '개철'이가 동네에서 성적으로 외로운 여자들을 몰래몰래 성적으로 만족시켜 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익명의 섬' 마을은 이에 대해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한다. 무언가 느낌은 오는 데 글로 써놓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아서 포기..


    2.

     이문열의 중단편 수상작들은 대개 '시대의 문제'들을 담고 있었다. 그게 이문열 소설의 특징으로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하기야 어느 작가가 '시대의 문제', '거시적인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소설 작품 속에 안끌어들였냐고 물으면 나도 '대부분이 다 그랬지'라고 답하겠으면서도, 이문열이 다룬 문제들은 비교적 내 나이또래, 내가 겪을 수 있는 사건의 맥락의 범주 안에서 해석하기에 용이한 것들이라서 좀 더 다가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쟁은 내가 직접 겪지 못했고 혁명도 직접 겪지 못했지만, 학창시절의 또래 질서에 대해서는 겪었었고, 군대도 다녀왔으며 성적인 외로움도 어느 정도는 알겠고 '거품'과 '허망감'속에서 몸부림치는 느낌도 조금은 알 것 같아서 이 작품들이 잘 다가온 것이다..

     책을 사기는 일요일에 사서 월요일까지 꼬박해서 다 읽었으니 읽는 데 무리는 없었다고 하고 싶다. 난이도도 어렵지 않았고 문체도 난해하지 않았다. 기회가 되어서 이문열 작가의 장편을 읽을 일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정치적'인 활동을 여러번 했었기 때문에 유독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이미지는 '정치 활동을 하는 작가'로 기억이 더 많이 남아있지만, 이번에 읽은 작품들은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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