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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 운전사'와 5.18내 관점/생각해 볼 문제 2017. 8. 20. 20:06
요즘 영화 택시 운전사가 화제인 것 같다.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들 중에서, 또는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택시 운전사'를 보고 왔다고 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내게 말을 걸어왔던 걸 생각하면 그런 게 조금은 이해가 간다. 나는 고향이 광주라도,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광주가 아니기 때문에, 타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5.18에 대한 이미지나 생각 같은 것들을 보고 들을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뭐 지금도 역시 크게 다른 건 아니다. 여전히 5.18은 나도 그렇고 그 사람들에게 그렇고 벌써 오랜 시간 전의 과거 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역사를 '영화'를 통해서 해석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했었는데, 영화든 문학작품이든 일련의 '예술 작품'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 만 해도, 나는 사실 고맙기만 하다. 그게 뭔가 과거의 사건들 현실로 끌고 오는 괜찮은 방법 같아서 그렇게 느낀다.
영화 택시 운전사는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5.18을 보도했던 독일 언론인을 태웠었던 한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 송강호씨가 JTBC에 나와서 홍보할 때 손석희씨가 언급했었지만, 이미 5.18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몇 차례 있었다. 화려한 휴가나, 박하사탕과 같은 영화가 바로 이에 해당했다. 화려한 휴가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던 그 시점에 관한 영화이고, 박하사탕은 5.18을 진압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 화려한 휴가는 시민군을 그렸고, 박하사탕은 진압군을 그렸었다. 택시 운전사는 민간인을 그린다. 그게 차이점이다. 그 민간인은 나중에 이 일이 알려지게 만들어준 기자를 태운 택시 운전사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좀 더 일반 시민의 입장을 더 잘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전면적으로 싸우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시민군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직접적으로 전투에는 뛰어들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던 사람들을 그린 영화다.
요즘 나는 한국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가장 잘 표현하면서 틀에박힌 것이기도 한 특유의 '신파극' 느낌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 뭔가 쥐어짜내는 감동을 보기에는 시시해져버렸달까, 판에 박힌 감동은 자꾸보다보면 점점 면역이 오고 어느 순간에는 그러한 플롯에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플롯이든 '실화'가 바탕이라면 그 실화를 어떻게 구성해내느냐가 더 중요해지지, 신파극이냐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택시 운전사는 '택시 운전사'의 시점을 얼마나 잘 표현해내고, 한 소시민이 어떻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눈을 뜨게 되는지 개인의 각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 자체가 잘만들어졌든 못만들어졌든 '택시 운전사'라는 직업 때문이라도 보라고 하고 싶다.
엇그제 성당 청년 모임 중 신부님이 5.18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그 순간에, 5.18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던 사람은 청년 10명 가까이 중에서 3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그다지 5.18에 관심이 없었다. 영화를 안봤을 수도 있고, 신부님 말처럼 애초에 민주화 운동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는 계속 시위가 열렸었고, 나도 거기에 한 번 다녀온 상황에서 그러한 '무관심'은 아쉽다. 사실 서울에서 시위가 일어나던 내내 나는 마음을 졸였다. 언제든 학살이 일어날 수 있고 언제든 과거의 일이 일어날 수 있었으니 더더욱 걱정했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일종의 알 수 없는 믿음들이 두렵지만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 것 같다.
이러한 주변 사람들의, 그러니까 광주나 전라남도 출신을 제외한 사람들의 민주화에 대한 태도를 볼 때마다 나는 임철우 작가의 '관광객들'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나를 포함한 많은 내 주변의 친구들 중 국어교육이나 한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면 들어봤을 법한 '임철우'라는 작가 5.18 당시 전남대에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그래서 학계에서는 그를 두고 5월 작가라고 할 만큼 그는 5.18과 관련된 문학 작품들을 써낸 굵직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이 '관광객들'이라는 소설에 보면, 5.18 10주년에 광주로 여행을 온 4명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5.18 10주년 광주의 분위기를 경험한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최루탄 가스를 마시기도 하고, 성당에서 위령미사를 기리는 걸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은 관광객일 뿐 5.18을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 주인공 4명은 호텔 맨 위층 루프탑에서 들리는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 소리를 들으며 하루 빨리 이 도시를 떠나기를 바란다. 이런 '관광객들'이 사실, 내가 일반사람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5.18에 대한 태도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바꾸는 데에 조금이나마 '택시 운전사'와 같은 영화들이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세상의 어떤 사람들 중에서는 5.18을 폭동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경찰서를 점령하고 무기고에서 무기를 탈취하여 무장을 한 시민군들이 국가에 대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여전히 의문인게, 국가에 대항하면 안되는 것인가하는 생각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국가가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거기에 대해 맞선 사람들을 상대로 폭동이라고 부르는 건 뭔가가 잘못되었다. 방관하는 게 아니라 행동했던 사람들이 비난을 받는 세태가 아쉽다. 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수 많은 개인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는다.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라가 유지되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길이 아니었다면 올바른길로 돌아올 수 있는 에너지를 그들이 남긴거라고 생각한다. 과연 5.18 영상을 천주교 단체나 노무현과 같은 사람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비공개로 틀어주지 않았다면 타지 사람들은 그 참상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까지도 말이다.
당분간은 5.18에 대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 국립묘지 지하 전시관에 있는 참상을 찍은 사진들은 꼭 보여주고 싶다. 생각해보면 그 사진을 나는 어린 시절부터 보고자랐으니 좀 무뎌지긴 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 사진을 보고도 폭동이라는 말을 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