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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읽고'책/한국문학 2017. 11. 30. 21:14
자신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보이는 '나'는 진짜 나이기도 하고 내가 아니기도 하다. 나는 누구의 마지막 춤 상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상대방이 "당신이 마지막은 아니야"라고 하면 "그래 알겠어, 이제까지 정말 고마웠어. 잊지 말아줘."하고 떠날 것 같다. 누군가를 생각하다가 그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오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그런 사람들과는 늘 만나자고 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 적은 확률로 당신을 생각할 때 당신에게서 연락을 받았으니까 말이다. 나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 고민하던 때가 많았는데, 앞으로 그러기는 힘들 것 같다. 시간이 아까운 게 사실이다. 상대방이 재미있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건 그저 '바라볼 수 있는 상대'일때라는걸 공감한다. 그저 볼 수 있다는 특권을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를 편하게 해주는 상대일지, 상대방이 긴장하게 만드는 상대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왕 나는 상대가 편하게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 작가의 거리두기는 내가 느끼는 것 이상이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그 이하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 남겨둔 몇 편들과 함께 오늘도 이 책에 대한 생각을 실는다. 사랑에 이유가 있다면 그 사랑은 무거운 사랑이 되어버린다는 말을 기억하며 말이다. 지난날의 수 많은 세월 속에서 내가 행했던 상처받지 않기, 거리두기,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기, 나를 보호하기 등이 떠오른다. 지난 2년동안은 그래도 그것들을 떨쳐버리고 따뜻해지려고 했는데, 나는 많이 따뜻한 사람이 되었을까. 친구 A는 나보고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난 아크릴물감을 사용한 그림처럼 덧씌우다가 단지 덮이지 않은 부분이라고만 말했다. 그 어느것도 변하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