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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대에서의 기억개인적 기록/이사 기록 2022. 10. 27. 19:37
교원대라는 학교를 저의 수험 생활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로 삼았던 것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얻어걸린 학교일거에요. 제가 학교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완성한 채로 고3에 들어왔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거에요. 그렇지만 저는 그 교원대에서의 기억이 좋아요. 잊지 못할 만큼 좋은 기억들이 많아요. 이 글은 결국 그 기억들을 글로 남겨놓고 싶다고 마음먹은 제 작은 욕망 때문일거에요.
입학할 때의 저는 사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염두에 두고 무엇을 한 건 아니었어요. 1, 2학년때의 저는 지금과 비스하게 약간은 다른 길도 염두에 두고 살아야겠다는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기 위한 삶에 가까웠어요. 입학과 동시에 시작했던건 기숙사생활이었는데, 그 기숙사 생활이라는 게 참 추억도 많고 어려움도 많은 생활이었다는 점에는 공감이 가요. 기숙사 통금시간이 있었어요. 평일에는 11시까지 방에 들어와야했었어요. 그 11시라는 통금시간이 지나가면 벌점이 생기던 구조였어요. 11시~12시 사이에 들어오면 2점이라는 벌점이 있었구요, 그 벌점이 어느정도 쌓이면 기숙사 퇴사까지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어요. 기숙사 생활을 해야했던 이유는, 그 기숙사 생활 과정이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서 부르던 '사도교육'이라는 그 교육과정이었어요. 2년 동안에는 기숙사 생활을 의무적으로 하면서(물론 비용은 들지 않았지만요.) 동기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1학년 1학기에는 신뢰관이라는 기숙사동에서 컴퓨터교육과 1명과 환경교육과 1명, 저까지 해서 3명이 한 방을 썼어요. 방에 늦게 와서 저는 2층 침대의 2층을 썼어요. 책상도 가장 안쪽을 썼어요. 기억나는건 많지 않지만 수업이 어려웠다는 것, 성적이 높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 생각보다 친구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친구들의 성적이 더 높았다는 것, 학교 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 등을 기억해요.
첫 방학때까지 저는 열심히 머리카락을 길었어요. 다른 이유보다는, 대학에 가거든 머리를 자르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반박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어요. 그리고 저도 머리를 한 번 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어요. 대체 기르면 어떻길래 기르지 말라고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거든요. 머리를 기르고 나서 갔던 제주도 여행에서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머리가 길다보니까 저를 보고 여자인지 착각하는 사람들이 여행중에 있었어요. 학기 중 강의실에서는 친구들이 제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고 착각했던 기억도 나요. 머리를 기르고 나서 그닥이었던 일들이라면, 머리가 길다고 선배들이 자꾸 뭐라고 했어요. 사실 지금생각해도 그 사람들이 왜 그런 이야기들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의 외모일 뿐인데 왜 그럴까 싶었어요.
남들이 하는 것처럼 저도 공부를 해보려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공부가 어려웠어요. 공부가 어려웠던 이유는 첫번째로, 제가 내신 공부에 뛰어나지 않았어요. 대학에서의 공부인데 왜 내신공부이냐 하면, 생각보다도 외워야 할 게 많았어요. 생각보다도..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들어갔었던 국어교육과는 정말로 외워야 할 걸 많이 요구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대학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대학에 가까웠어요. 그러니까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결과를 쓰는 것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시험을 쳐보니까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특히 전공 교과에서 제시되는 시험 문항들은 하나같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크기만 했어요. 간혹 세분화된 시험문제들이 있긴 했었는데, 그런 시험들은 일부 학생들의 전유물 같은 거였어요. 정말 책 어느 한 켠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을 시험문제로 나올 때도 있었거든요. 아니면 그냥 책 자체를 싹 다 외워서 풀면 오히려 잘 볼 수 있겠다 싶은 시험문제들 뿐이었어요. 저는 고등학생 시절때만 해도 암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스타일의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암기 공부에 대한 연습이 되어 있을리가 없었던거죠. 그랬던 공부들 중에서 어렵기만 한 공부들로 가득했던건 아니었던게, 또 어느 수업에서는 제가 갖고 있던 능력들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질문을 자주하게 해주시던 수업들도 있었어요. 또 어떤 날에는 제가 알고 있던 지식들을 한 곳에 모아 연결하는 게 뛰어난 분들의 수업도 있었어요, 전공과 관련된 건 아니었지만.
군대를 다녀오고나서는, 힘든 전공 수업을 이겨낼 방법이 뭘까 고민을 했어요. 당시 우연하게 그 기회로 연결되었던 것들중 하나가 바로 작품 읽기였어요. 결국 작품을 모르니까 수업 이해가 어려웠던 적이 많았어요. 저는 2년 넘게 지속되어온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그 즈음에는 저의 읽기 능력이나 경험도 초기의 대학생활때보다는 많은 향상을 이루던 때였기 때문에, 글을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1학년의 제가 하고 싶었던건 여행과 동아리 활동, 연애였어요. 이 3가지는 해보고 싶었던게 확실해요. 그 중에 여행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해외 여행도 해외 여행인데 일단 제주도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어린시절의 제주도와 대학교 1학년생의 제주도는 느낌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간 제주도는 자전거로 한바퀴를 돌았었어요. 딱히 제가 다른 사람들과 여행을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혼자 가는 게 마음편하겠다고 생각하고 나서다보니 혼자 자전거를 타고 돌았는데 더위와 함께 여행했던 기억이 나요. 동아리 활동은 뭐,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지만 이것저것 하지 못한 저의 아쉬움이 담겨져 있는 시간인 듯 해요. 하루는 학교를 걸어다니다가 피아노치는 동아리를 만들자고 누군가가 대자보에 이것저것 적어서 붙여놨더라구요. 흥미가 생겨서 그 종이에서 이야기 한 곳에 갔고, 동아리가 만들어지려고 하는 곳이
대학시절 자주 걸어다녔던 공간 중 하나는 잔디밭이었어요. 그러니까, 대학교 강의실 앞에 있던 그 잔디밭을 수 없이도 많이 걸어다녔어요. 인문관 앞에 있던 잔디밭은 저만 많은 기억을 갖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기억이 있는 공간일거에요. 왜냐하면 그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들도 많았고, 책을 읽던 날들도 많았어요. 어떤 날은 잔디밭 위에 혼자 심어져 있는 나무 밑 그늘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졸업사진을 생각했던 날들도 있었고, 어떤 날은 그 위를 걸어가면서 날씨가 춥다고 생각한 날들도 있었어요. 그때도 잔디밭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그 잔디밭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어요. 대학교를 제외하고나서 잔디밭을 본 장소는 다른 대학교, 잠시 영국에서 살 당시 공간의 잔디밭이 전부였어요. 한국은 아무래도 잔디를 잘 가꾸거나 키워서 사람들이 뛰놀 수 있을만한 공원이 많지 않았고, 그 점은 저한테 오랫동안 잔디를 그리워하게 만든 이유가 되어버렸어요. 지금 일하는 학교에 들어오고나서 하루는, 다 같이 워크샵을 간 날이었어요. 숙소라고 해서 갔는데, 숙소 앞에 잔디밭이 나름 작게 있었어요.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잔디 위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어요. 대학 시절에는 누워서 하늘을 보지 않았는데, 취직 이후에는 하늘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아서 잔디에 누웠어요. 그렇게 있어보니 제가 다녔던 대학교는 참 좋은 공간이었더군요. 그런 잔디밭에 누워있으니 쯔쯔가무시 옮는다고 일어서라고 하셨던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사실 개의치 않았어요. 그럴려면 애초에 눕지도 않았을텐데.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던 잔디밭이 제 대학시절 중요한 공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