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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책/외국소설 2011. 3. 18. 17:46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작품을 맨 처음 읽은 시기는 고등학교 2학년때였던걸로 기억한다. 당시 수능공부가 재미없던 시절, 나는 멜로영화에 빠져있었고, 당시 어떤 연예인이 자살을 했는데, 그러면서 떠돌아 다니는 책 이름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다. 소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우는 연쇄 자살 효과가 화두였고, 이 효과를 입증하는 여러 자살사건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난 이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가 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간단하게 ‘베르테르’와 ‘로테’의 사랑이야기 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건 사랑은 하지만 결혼은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게 바로 ‘베르테르’와 ‘로테’이며, ‘로테’의 경우 마지막부분에서 다른 남자가 이미 있는 상황에 처해있었는데, 이걸 ‘베르테르’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고, 알베르트와의 사랑경쟁에서 패배한 베르테르는 자신을 권총으로 쏘아 ‘죽음’이라는 극단적이라는 선택을 한다.




       줄거리 이야기는 그만하고 나는 이 이야기를 3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서 바라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편지 형식’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 해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선시대에서 가장 의미있는 국문학적 사료를 꼽으라면 궁중여인들의 ‘내간체’서문을 선택한다. 뜬금없이 왜 조선시대의 내간체 이야기가 나오느냐 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편지 형식’은 당시 독일문학의 언어구조 자체와, 문장구조, 표현법, 그 외 여러 가지 특징들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사료’이다. 독일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국문학통사를 읽고 있는 요즘 이러한 ‘편지 형식’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치 요즘 보내는 편지들을 100년, 200년 후에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그런 ‘가치’를 나는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이 작품은 전형적인 ‘삼각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이 ‘삼각관계’는 단순히 승자가 사랑을 얻고, 패자는 사랑을 잃는 구조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결투의식과 같은게 바로 ‘삼각관계’라고 생각한다. 삼각관계를 ‘사랑’이라는 주제로 국한해서 다루면 별 의미없는 주제가 되지만, 이걸 ‘왕권의 획득’같은 주제와 연관을 시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그의 맞수중 한명이었던 ‘안토니우스’의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이 둘은 로마의 권력을 놓고 싸우는 경쟁상대 이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바로 베르테르와 알베르트가 ‘로테’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과 같다. 또 ‘아우구스투스’와 ‘안토니우스’가 서로 대치하는 상황 역시 항상 서로가 대결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가 소리없는 전쟁을 하고 있을때에도 안부를 묻지만 안부를 묻는게 아니었고, 원군을 보내지만 원군을 보내는게 아니었다.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의 관계역시 그러한 것 같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알베르트와 로테가 결혼하기 전까지 두 남자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과연 사랑이 사람을 죽게 만들만큼 심각한 문제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게 바로 이 작품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열정적인 사랑’을 해본적이 없다. 연애는 했었고, 첫키스도 지나간지 오랜일이지만, 과연 내가 ‘열정적인 사랑’을 했었고, 그 동안에는 그 사람 생각만 났었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아니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난 내가 이제것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목숨을 걸만큼 헌신적이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그럴 이유를 느끼지도 못했고,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 ‘베르테르’는 ‘자살’을 택한다. 왜일까? 어째서 주인공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것일까. 당시에도 ‘사랑은 운명이다.’와 같은 말이 대중들에게 널리 퍼진 상태였을까? 아니면 베르테르는, 자신이 사랑쟁취에서 패배했다는 생각에 자살을 택한것일까. 어느게 맞는 해석인지는 지은이 ‘괴테’말고는 알길이 없지만, 나는 이 결말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 내가 본 멜로 소설중에서는 ‘상실의 시대’와 같은 암울한 소설도 있었다. 하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느끼는 암울함과, ‘상실의 시대’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뭔가 달랐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베르테르’인데 베르테르가 자살을 해버리는 것은, ‘상실의 시대’의 여주인공 ‘나오코’가 자살하는것과 차원이 다르다. 베르테르의 자살은 소설의 끝이자, 베르테르의 인생도 끝임을 의미하지만, 나오코의 자살은 와타나베의 성장을 의미했으며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내가 해피엔딩을 원해서 이 소설의 결말을 싫어하는게 아니다. 작가 ‘괴테’가 이 소설의 결말을 지을 때 어떤생각을 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난 이 소설의 결말을 싫어한다. 무언가 짓다가 좀 지루해져서 일찍 끝내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 효과로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고, 사람들이 대개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참 슬픈 사랑을 했구나....’하고 끝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뭔가 좀 다른 것 같아서 내가 이상한건가 하는 의심을 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의견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감상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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