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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책/외국소설 2011. 3. 20. 20:59
       나는 책을 즐겨읽고,  읽은것에 대해 흔적을 남기기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모든 책을 수월하게 읽는 것은 아니다. 내 경우 글의 내용에서 긴장감이 돌거나, 어떤 흐름이 보이는 글을 좋아하고 더 잘읽는다. 하지만 '수레바퀴 아래서'나, 다른 해세의 작품들은 내 취향과 거리가 먼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읽는 속도도 더디고, 내용을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난 이런글에 대해 글을 쓸때 내용을 몇부분으로 나누고 그 부분부분 마다 보이는 느낌을 적었다. 이번글 역시 그렇게 진행할 것이다. (예전에 다음블로그에 감상문을 올리던 버릇이 남아있다는걸 축복으로 여기고 있다.^^)




       먼저 1부는 주인공 한스가 신학교에 가기전까지의 삶이다. 주인공 한스가 느끼는 감정과 느낌들을 보았을 떄 그는 플라이크 아저씨의 사고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더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신양명'의 가치를 내걸고 성공을 강요하는 아버지나, 한스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경건함과 거리가 먼 '목사'에 대해서 느끼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은 어린시절 내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았던때, 부모님들로부터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다. 맹목적인 '공부', '성공'보다는 다른것들을 통해 내 자신을 찾아가려던 그때의 기억들을 되살려 주었다. 나는 어렸지만, 왠지 모르게 부모님과 생각이 다른면이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내면의 갈등은 심했었고, 이걸 표출하는 일또한 빈번했다. 어찌보면 부모님은 어릴적의 나를 소위 '까다로운 아이'로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렇게 다른건 아니지만.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의 내 사고방식은 어떤것에 고정되어있는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부모님이나, 선생님,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이러한 사고방식을 그들이 생각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정'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스의 경우 대체적으로 말을 잘 들은것 같아서, 나와는 다른타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2부는 그가 수도원에 들어가 겪은 일들이다. 주인공 '한스'는 '하일너',공부, 윤리 이 3가지를 두고서 갈등하며 과연 어떤게 자신에게 더 가치가 있는것인지에 대해 조금씩 판단하게 된다. 한스는 무식하리만한 노력파에 순진무구형 타입이고, 하일너는 감수성 짙은 천재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자신의 생각이 강한 친구에 가깝다. 한스는 어떤것에 더 가치를 두고 우선시 할지 시행착오를 통해서 익혀가게 되는데, 이러한 그의 고민가득한 삶은 내가 저 나이때 겪었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주 일상적인 고민인 '학업'부터, 이 나이 때 가장 생각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주제인 '친구'까지,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크게 의미를 둘만한 주제가 아니라고 보여도, 이때만큼은 가장 중요한 소재들로 날 흥미롭게 만들었다.




       하나 날 당황하게 만들었던 부분은 바로 '하일너'와 '한스'의 키스장면이다. 이부분을 읽고 나서 난 이게 과연 '게이'를 다룬 주제인가...하고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하일너가 자신의 고향에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부분이 나와서 안심했다.

       '하일너'는 학교에서 미움을 받을짓을 하고, 그로인해 암묵적인 '근신'의 상태로 학교를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한스는 학교의 규칙을 무시하고 그와 같이 다닐지, 아니면 그냥 학교에 따를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그의 고민이 끝나고 나서는, 다시 '성적'의 고민이 다가오는데,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이 느낌이 어떤것인지 느꼈을것 같다.




       내 친구들 중에서는 '하일너'와 비슷한 부류의 친구들이 없었다. 그러나 내 자신을 돌아보자면, 하일너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경험도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한 것이다'라고 말하기는 부담스럽지만, 학교 선생님들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있을때의 그 '짜증'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불편하기 그지없다고 하고 싶다.

       '하일너'가 갑자기 여행을 갔을때, 나도 작년에 이런적이 있었는데 하면서 내심 기뻤다. 이렇게 표현하기는 싫지만, '수도원'같은 지금의 이 대학교에서 떠나고 싶다고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난 작년에 여러번 그랬었고, 그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했고, 지금도 4월 초만 지나가면 몇번이고 더 그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3부는 한스가 수도원생활을 결국 포기한 후의 시점인데,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서 그의 체력은 지칠대로 지쳤었고, 마음도 그만큼 혼란스러워진 상태로 집에왔다. 그럼에도 그는 '환영'다운 '환영'을 받지 못했고, 그 부분은 그에게 있어서 굉장한 상처가 아니었을까 싶다.




       입신양명을 원했던 '목사'와, '아버지'가 보기에 '한스'는 자라다 만 '금송아지'에 불과했기 때문에 더욱더 그는 슬퍼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엠마'라는 '어린시절의 여자'가 다시 나타나서, 그를 한번더 흔들고 가긴 했지만, 이건 '하일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만 하고 끝나버리게 되며, '엠마'가 가고 난뒤의 한스는 가슴에 구멍뚫린 상태가 되어버리고 마는것 같다.

       어떤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나면, 옆에서 누군가가 지켜보면서 항상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한스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보다. 난 항상 힘들때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 물론 모두에게 털어놓는것은 아니고, 내가 털어놓아도 된다고 보이는 소수에게만 털어놓았는데, 이게 다행히도 도움이 되서, 이제까지 잘 버텨온걸까.

       모두가 고민을 했을 10대의 시기에, 고민을 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20대에 고민을 할 것이라고 난 믿어 의심치않지만, 그럼에도 내 대학동기들 중에서는 고민따위 하지 않으며 공부만 하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에는 여러사람이 있다는걸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지금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해야 느낄 수 있는 '갈등'과, '선택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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