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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책/ETC 2017. 2. 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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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은 내 생일이었다. 운이 좋게도, 가까운 사람 한 명이 내게 책 선물을 해줬다. 그 책이 바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다. 3일 가량 이 책을 나눠 읽었고, 오늘은 그 책에 대해서 글을 쓴다. '글쓰기 특강'에 대해서 글쓰기를 하는 사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사뭇 남다르다. 조금 웃기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하지만 뭐, 글은 자기 표현 수단이니까, 이 책에 대한 느낌도 결국 내 표현이라 생각하고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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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 구조는 목차처럼 딱 부서별로 일치하는 내용만 실려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략 이 내용들을 몇 가지 주제로 요약하면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었다.
1) 저자 '유시민'의 글쓰기와 관련된 경험 -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타인의 이야기, 자신의 대학시절, 독일 유학생 시절, 대학 졸업 후 시절, 칼럼니스트 시절 등
2) 글쓰기를 할 때 필요한 전략 - '취향고백과 논증은 구분해서 쓴다', '주장을 할 때는 그에 마땅한 근거를 제시한다', '쉽게 쓰기', '복문 보다는 단문(주어와 서술어가 하나 존재하는 문장)으로', '적절한 표현을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어휘가 필요하고, 그러한 어휘를 습득하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 보다는 최대한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을 쓰기', '여러번 연습하기', 자신이 쓴 글을 읽을 독자들이 읽을만한 분량으로 정해놓고 쓰기 등
3) 교양을 쌓고 어휘력을 늘리는데 추천하는 책 목록 - 1순위 : 토지(박경리),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코스모스(칼 세이건), 그 외 : 만들어진 신, 역사란 무엇인가, 강의(신영복), 정의란 무엇인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침묵의 봄, 이기적 유전자,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유한계급론, 마음의 과학,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등(너무 많아서 줄임)
4) 잘못쓴 글 예시들 - 번역 과정에서 너무 복잡해진 글, 주술 관계가 애초에 복잡한 한국 사람이 쓴 글, 자신이 과거에 출판했던 글과 직접 썼던 선언문 등
2. 개인적 감상
나는 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다. '국어교육'안에는 '듣말읽쓰', 다시 말해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에 대한 교수법을 배우는 것이 들어가 있다. 내 눈에는 이 책이 정말 글쓰기와 이에 필요한 책 읽기에 대해 쉽게 풀어썼으며 일반인의 눈을 잘 파고들었다고 느꼈다. 이제까지 대학에서 수업으로 배웠던 독서 전략과 작문(글쓰기) 전략은 전공수업을 듣지 않은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시간이 좀 필요한 전략들이 많았다. 물론 그 틀은 매우 간단했다. 작문의 경우 계획하기, 내용 생성하기, 조직하기, 표현하기, 그리고 위와 같은 단계를 잘 하게 도와주는 상위인지가 그 밑바탕에 있다는 것을 들 수 있고, 독서는 표면적인 내용 이해 + 독자인 내가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을 활용한 글의 내용 이해, 글로 쓰여있지 않은 내용 추론, 그리고 글의 내용에 대한 비판과 감상, 이를 바탕으로 한 나만의 창작까지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실제로 어떻게 말로 전달할지는 또 다른 문제인데, 이러한 문제점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풀어냈다.
책에 나온 몇 가지는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인상깊게 기억하는 내용은 책 읽기와 글쓰기의 실천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저자가 대학을 막 졸업했던 시절에는 스마트폰이란 것이 없었고, 대부분은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작가인 자신도 항상 작은 수첩을 들고 다녔었고, 어디를 가든 적고 싶은 것을 적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글로 다 적으면 엄청났던 80년대의 보안과 검열에 걸려 위협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스쳐가는 생각들을 단어로만 적어두고, 이를 집에와서 다시 떠올리며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젊은 날에 조금씩조금씩 글을 썼다고 했다. 요즘이야 카페에서 사람을 기다리더라도 스마트폰 하나면 다양한 내용을 보고 즐길 수 있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상 그렇다. 나조차도 몇 년 전까지는 누군가를 기다릴 때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지금은 책 하나를 꼭 들고 가는 나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작가는, 그런 자투리 시간에 '글쓰기'를 할 것을 권했다. 그 구절을 읽으면서 카페에서 누군가를 만난다고 하면 조금 일찍 가서 책을 읽고는 했는데 글을 쓴 지는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작가가 말한 글쓰기 습관'을 가지고 있던 시절은 군인이던 때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었다. 마침 내게는 글을 쓸 대상이 있었다. 세계문학전집이라 불리는 작품들 중 내가 읽고 싶은 것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내 감상을 쓰는 것이 내 취미 생활이던 시절이었다. 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글감을 마련했었다. 책의 서평을 읽어보기도 하고, 작가에 대한 연구 논문이나, 작품에 대한 연구 논문을 찾아보기도 했다. 또한 책의 내용을 필사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시간에 천천히 다져진다는 글쓰기 실력이 조금씩 늘었나보다. 이후 복학해서 들었던 수업 '작문교육론'은 도대체 왜 작문이 그토록 어렵고 복잡하고, 하지만 꼭 해야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수업이 되었다. 아마 군인이던 때에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나는 글을 제대로 써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첫 문장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첫 문장이 단순히 첫 문장이 아니라, 그 뒤에 올 내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임을 기억하려고 한다. 또한, 내 목표 중 하나였던 잡지처럼 이해가 쉬운 글을 쓰는 것도 다시 떠올릴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논증과 취향 고백은 구분하며 논증을 할 때에는 타당한 근거를 들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글을 써보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