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어떤것인가. 나는 문학을 '인간의 생활과 감정'을 표현한 언어집합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게 국어학개론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렸을때 읽었던 책들에는 문학이 있었던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것 같기도 하다. 이솝우화와 같은 작품들도 문학이고, 12지 이야기도
문학이고, 머 별 다양한게 다 문학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중에 수많은 책들은 '문학 작품'이었겠다.
이 책은 문학의 의미를 20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 단순히 문학이 '이러이러하다.'라고 정의를 내리는게
아니라, 장마다 작품을 들어가면서 하나하나씩 의미를 따져보고 있다.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을 가진 일본 소설에서부터, '마지막 잎새',
'모비딕', '눈길', '아미엘의 일기', '가지 않은 길',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철도원', '러브레터', '유토피아', '멋진
신세계', '월든' 등, 다양한 작품들을 가지고 '문학'이 어떤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모비딕'이라는 소설을 나는 처음들었는데, 내용은 '흰 고래'가 주인공중에 한명의 다리를 앗아가서, 그 흰고래를 '복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과, 새로 배에 들어온 신참이 등장인물로 나오면서, '모비딕'이라는 소설의 표현정도나, 심리묘사 기법, 그리고 도대체
주인공이라는게 '하나'만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글쓴이의 생각이 묻어나있다.
'공부'라는 단어는 얼마나 시적인가?
공부는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쿵푸입니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이연걸이가 심신 합일의 경지에서 무공에 정진하듯,
몸과 마음을 함께 연마한다는 뜻이겠지요
공부 시간에, 그것도 국어 시간에
나는 자주 졸았습니다
이를테면, 교과서의 시가
정작 시를 멀리하게 만들던 시절이었죠
물론 졸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옆 학교 여학생이 보낸 편지를 읽던 날이었습니다
연인이란 말을 생각하면
들킨 새처럼 가슴이 떨려요......
나는 그 편지의 행간 행간에 심신의 전부를 다 던져
그녀의 떨림에 감춰진 말들을 읽어내려 애썼지요
그나마 그 짧은 글 읽기도 선생에게 들켜
조각 조각 찢기고 말았지만
그 후로는 눈으로 쫓아가는 독서는
공부 시간의 쏟아지던 졸음처럼 많았지만,
내 지금 학교로부터 멀리 떠나온 눈으로
학교 담장 안의 삶들을 아련히 바라보니
선생의 시선 밖에서, 온 몸과 마음을 다 던져
풋사랑의 편지를 읽던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유일한 쿵푸였어요
- 유하, '연애 편지'전문 -
(유하,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열림원, 1999, 수록)
이런시가 실려있다는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고, 사람생각도 하게 되지 않겠는가.
책에 실려있었던, '문학공감'글로 글을 마친다.
제일 처음 휴대폰을 가졌을 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진화하여 마침내 스마트폰을 가졌을 때 신세게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모비딕>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일 처음 개인 컴퓨터를 가졌을 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진화하여 마침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컴퓨터 시대에 접어들었을 때 신세게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모비딕>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일 처음 인터넷이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을 때, 그리고 마침내 일상생활 전반을 인터넷상에서 해결하고 전 세게의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을 때 신세게가 우리앞에 펼쳐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모비딕>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일 처음 디지털 TV가
영상문화의 장을 열었을 때, 그리고 마침내 3D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신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모비딕>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과학이 열어젖힌 신세계와 문학이 열어젖힌 신세계를 비교해 보고, 진짜 창조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진짜 창조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궁리하고, 우리가 생산적이고 적극적으로 우리의 인생을 바꾸는 진짜 창조에 대한 꿈을 키우라고. 그리하여 진정한 과학자들이
문학의 즐거움을 왜 그토록 중요시하는지를 이해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