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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문화사 강의 - 영화, 연극, 음악, 문학
    2012. 12. 3. 22:25

      민중속으로(v narod) - 1870년대부터 시작, 이후 러시아는 '민중적'인것과(민중주의의 일환)'비 민중적'인것들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시대가 지나가지만, 이것도 어느순간 '현대적'인것들을 추구하는 걸로 전환되고, 이후 '스탈린주의'와 결합해 평등으로 귀결되고 모든 계층을 하나로 합해서 문화생활을 누리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


       미하일 바흐친이 라블레에 관한 그의 연구에서 웅변적으로 역설했든, 이미 있는 예술작품을 생산하는 문화적 힘의 본질은 강력하고 생동감 넘치는 민중문화속에 표현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실로 민중문화는 마음속에 민중을 염두에 두었든 그렇지 않았든 많은 예술가들의 긍정적인 영감의 원천으로 항상 남아 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문학은 그 국가 국민들의 집단적인 표정, 즉 신화, 열망, 국가적 승리와 트라우마, 현재의 이데올로기, 역사이해 및 언어전통들이 의미심장하게 비추어진 거울이다. 그러나 문학은 그 이상이기도 하다. 즉 시야에 예전에 새겨졌던것, 그리고 한번 슬쩍 들여다 보는 순간 지금 시야에 스쳐가는 것을 담고 있는 거울속에 반사된 것 이상이라는 말이다.

       러시아 인들에게 우세한 것은 종말론적인 신화이다. 게다가 근대 러시아 문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중 일부는 성서적/아포칼립스적 혹은 유토피아적 신화의 '심층구조'를 지니고 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을 이 책에서는 4장이나 할애애서 설명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이란 매우 유명했던 영화인 '10월 혁명'을 통해 러시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책을 통해서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그의 예술이 매우 고도로 계산된 것이었고, 전복적이었으며, 공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스탈린과 친하진 않아도 필요했던 영화감독이었고, 그로인해서 여러번 제재를 받았지만 동시에 상영되는 영화도 많았다. 이반뇌제를 통해서 주인공이 한명의 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뇌에 시달리는 비극적 인물인것도 보여주며 결국에는 '고독한 인간'일 수 밖에 없음을 묘사한다. 비록 이반뇌제 3부의 필름은 아예 손실되었고, 2부는 겨우 찾아 상영이 되었지만 그는 역시 러시아 최고의 '영화감독'이라는 호칭을 받을만 하다. 그 당시 영화를 '최고의 매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고 그러한 방법중 하나로 몽타주 기법을 사용했다. 그에게 있어 'pathos', 즉 그리스어로 '감정'(감성으로도, 동정으로도 번역된다.)란 영화제작에 필수적인 '아이디어'였고 이 'pathos'를 영화를 통해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느꼈던것 같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와의 관계를 마치 여성과 남성, 즉 유기적임과 인공적임, 종교적이고 유기적인 도시와 서구적이고 질서잡힌 도시라고 표현하며 근현대 러시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축으로 설명했다. 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관계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레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뀔때까지 계속 유지되며 이는 곧 두 도시의 성격이 문학, 영화, 음악, 연극에 전반적으로 미쳤음을 의미한다.(대개 도시의 분위기가 그 도시의 '예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는 근현대시기의 음악가중에서 가장 '중성적'인 음악가였다. '유럽적인 러시아인'으로서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인공적인 서구화됨(즉 서유럽의 고전파, 낭만파로 이어지는 음악분위기)와 모스크바의 유기적임과 종교적임(민중주의)를 적절히 섞어내며 두 도시를 모두 돌아다니며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의 가장 큰 업적중 하나는, '발레'라는 장르를 높은 위치로 올렸다는 것인데, 그는 러시아 발레가 단지 일종의 '극예술'이 아니라, 상징적이고 개념적인 측면을 심화하였고, 거의 혼자힘으로 발레를 오페라나 교향악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내가 '러시아'라는 나라를 들었을때 떠오르는 생각은 보통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 같은 대문호가 존재했던 국가이고, 사회주의 혁명이 가장 일어날 수 없었던 국가인데 일어났던 국가이며, 서유럽과는 다르게 뭔가 다른 역사를 통해서 혁명도 늦었고 땅은 넓은데도 마땅한 항구가 없어서 무역에 어려움을 겪는(중상주의가 어려운) 국가였다. 하지만 이번 독서를 통해서 러시아란 내가 기존에 알던 '유럽의 어느 한 국가'와 같이 혁명을 통해 나라가 발전하는게 아니라, 특정인물(예를 들면, 표트르 1세, 이반 뇌제, 에이젠슈테인, 차이코프스키, 예카테리나 여제, 톨스토이, 푸슈킨 등)들의 한가지 한가지 행동으로 인해 나라가 조금씩 바뀌어갔던것 같다. 바뀌는것 자체는 물론 조금씩 바뀌었지만 그 흐름을 정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확실했으며, 푸슈킨의 토대가 그 이후 러시아 문학가들을 자라게 했고, 에이젠슈테인의 영화가 스탈린주의를 어떻게 받아치는지를 보여주었으며,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러시아의 음악적 위치를 어떻게 끌어올렸는지를 통해서 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매우 즐겁고 좋은 책이었음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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