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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아페티! - 줄리 & 줄리아
    영화 2012. 12. 9. 20:28

       오늘 the good movie에서 틀어줘서 아주 재미있게 봤다. 참으로 심심할 시간일 수 있는 오전 근무시간에 말이다. 어떻게든 그 시간에는 the good movie를 봐야만 했고, 다행히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기대하던 영화는 아니었는데, 영화설명을 듣고 나니까 급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이동진 기자는 진정 신이었던가??^^




       이 영화는 '줄리아 차일드'와 '줄리'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사구조를 채웠다. 줄리아 차일드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셰프였고, 줄리는 뉴욕의 유명한 요리 블로거였다. 둘다 처음부터 요리만을 위해서 요리에 관한 인생을 살았던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부터 그 둘에게 있어 요리는 매우 소중한 활력소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남편이 대사관이어서 파리로 대사관 파견을 가자 부인인 줄리아 차일드는 '미국인'으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시작한다. 처음에는 모자만드는일을 하지만, 결국 요리를 하기로 결심, 르코르동 블루에 등록한다. 줄리아 차일드는 르코르동 블루(르코르동 블루는 프랑스의 역사있는 요리학원이다. 원래 군인과 chef를 위한 요리학원이었다.)에 등록하고, 첫 수업인 양파 썰기에서 모욕을 당한후 양파를 잘 썰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자기 몸크기만큼이나 양파를 썰면서 남편이 들어와서 눈이 매울정도로, 그 장소를 피할정도로 많이 썰었던 줄리아는 잘해보겠다는 노력과 행동으로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무언가 일을하는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을 영화속에서 보여준다. 눈물이나도록 맵지만 남들에게 나도 만만치 않다는걸 알려주고 싶어서 그녀는 매일 연습을 통해서 수업에 차곡차곡 따라가기 시작한다.


       21세기의 뉴욕에 사는 줄리는 줄리아 차일드가 쓴 요리책을 읽으며 차차 하나하나 요리를 해가기 시작한다. 1년이라는 기한을 두고,(스스로가 주의력 결핍이라는걸 인지해서 1년이라는 기한을 둔다.) 이 책의 요리를 모두 해보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겠다는 결심을 한다. 줄리아와 다르게 그렇게 부자가 아니라서, 그녀가 하는 요리는 직장에서 받고온 스트레스를 한버에 쓸어버릴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서 보여지지만 차차 이건 줄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자, 자신을 보여줄 수 있고 자신이 열정과 능력을 바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가장 첫번째 예로서 다가오게 된다.





       노라에프런은 이 영화에서 줄리와 줄리아의 이야기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어떤 특수효과도 쓰지 않으면서 아주아주 자연스레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한다. 줄리아가 대사관의 부인으로서 호화스러운 환경에서 차분하게 요리를 배웠다면, 줄리는 상담사 일을 하며 기자인 남편과 84제곱미터의 작은 집에서 하나하나 요리를 해나간다. 블로그에 글을 써가며 아무도 보지않을것 같던 블로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는 어느새 요리하는것에 대해 재미를 느낀다. 각자가 요리를 즐기는 방법과 표현하는 세부적인 표현들 속에서도 줄리와 줄리아가 똑같은 표현을 쓰며 영화가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는것을 노라에프런은 보여주고 있다.


       목소리와 톤을 바탕으로 인물을 구성해내는 메릴 스트립과 섬세하고 진한 표정연기로 차분하게 줄리를 만들어가는 에이미 애덤스는 서로가 대조되지만 둘의 기뻐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비슷하게 그려진다. 서로의 성생활도 요리로 인해서 약간씩 틀어지는것도 똑같이 나오고 점점 남편에게 소흘해지긴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일에 대해서 열정을 가진다. 줄리는 남편과 다투면서 남편덕에 자신이 이제것 요리를 즐겁게 해왔다는걸 느끼고, 줄리아는 남편이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걱정하기 시작한다.


       영화가 끝에 다가와서는, 줄리아와 줄리 모두 자신이 이제까지 요리를 하면서 스스로가 '성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으로 '남편'을 고르며,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나는 큰 감동을 느꼈다. 이게 어떤 영화가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세상은 결국 이런거야'라고 말하는 무언가는 없지만 요리를 만들고 나서 줄리아가 항상 말하는 '본 아페티'(맛있게 드세요)에서 나는 '요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상을 넘어서 행복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에릭과 폴이 없었다면 과연 줄리아와 줄리는 그들이 원하던걸 이룰 수 있었을까, 이 영화처럼 시간이 지나가는게 빠르게 흘러버리는 영화도 없지만 그만큼 이 영화는 '짧은 시간'이 아니라 '긴 시간'을 통해서 결국은 이룰 수 있었다는걸, 그리고 그 속에서 느꼈던 행복이 매우 중요하다는걸 보여주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나도 결국 이윤아 덕분에 지금까지 잘 지낸게 아닐까 라는 교훈이 들정도로 자신의 남편에게 고마워하는 줄리아와 줄리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솔직하며 사랑스럽다.





       겨울이라서 유독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나올법도 한데 아직까지 '나의 p.s 파트너'밖에 안나온 상태지만, 이 영화는 지금 내가 봤다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이유가 된다. 다음에 꼭 만나서 여자친구와 볼생각에 벌써부터 들뜬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말해줘도 끝이 없을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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