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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외된 사회에서 발견되는 '휴머니즘'이란 가치, 영화 '골든 슬럼버'리뷰
    영화 2013. 8. 14. 18:49



    골든 슬럼버 (2010)

    Golden Slumber 
    7.4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사카이 마사토, 타케우치 유코, 요시오카 히데타카, 하마다 가쿠, 시부카와 키요히코
    정보
    스릴러 | 일본 | 139 분 | 2010-08-26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휴머니즘이란 과연 무엇일까. 'ism'이란 접미사 자체가 어떤 사상이나 흐름, 경향등을 말하는데 '사람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이게 맞는건가? 나는 휴머니즘을 인간이 가진 마지막 '배려심'이자 종족의 보존본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수의 인간들은 자신과 같은 종이 아닌 다른 생물에 '자비'와 '배려'를 잘 베풀지 않는다. '자신 스스로'이거나, '내 것'이 아니면 대개 인간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하고 인정하지 않으며 막 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건 아니다. 일부 소수이지만, '그 사람'들은 다른이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베풀고 '선'을 행한다. 그들은 어째서 그러는 것일까. 그들은 아무 이유도 없다. 단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할뿐이다.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다.



       이 말은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아주 오래전, 한 여자연예인을 위험에서 구해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인물 '아오야기 마사히루'는 음모에 빠지게 된다. '오스왈드가 될거야'라는 친구의 말마따나, 새로 부임한 총리의 살해범으로 지목되고, 친구와 같이 타고 있던 차량은 폭파되어버린다. 그는 친구의 도망치라는 말에 도망을 치지만, 가는곳마다 위험으로 빠지고 만다. 그러던 도중, 수배중인 '킬러'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곧 정부관계자는 도시의 모든 통로를 폐쇄해서라도 범인을 잡아내겠다며, 아주 오래전에 계획된것처럼 아오야기를 잡기 위해 행동하기 시작한다.



       잠시 이쯤에서 생각해볼게 있다. 신뢰라는 가치는 과연 어떤 가치일까. 나는 '신뢰'가 인간관계의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다른사람을 믿는다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내 경우에, 아주 오래고 오랜시간이 있지 않으면 '신뢰'가 쌓이기 힘들다. 내 인간관계가 매우 폐쇄적인것도 한몫하고, 쉽게 다른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내보이기 힘든탓이기도 하겠지만, 이 사람처럼 난 쉽게 믿지 못하는 성격이 내안에 있다. 하지만 아오야기 마사히루는 굉장히 쉽게 그리고 매우 강하게 상대방을 신뢰한다. 상대방을 신뢰하는게 결국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고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대방'은 어느 누구인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물며 '살인범'이라고 알려지는 사람이어도 말이다. 사람들은 아오야기를 믿는다. 그래서 그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한편 그는 도주하면서 생각나는게 있다. 바로 과거이다.


       그는 자신의 과거 기억들을 하나하나씩 들춰내간다. 두개의 시공간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매우 급박하고 불안정한 상태인 '현재'이고 다른하나는 매우 행복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과거'이다. 매우 대비되는 공간으로의 '과거'는 아오야기 마사히루과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을 어렴풋이 보여준다. 모든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는건 아니지만, 그의 습관이나 평소 행동을 통해서 그의 주변 사람들은 마사히루에게 '신뢰'를 보내준다는 점에서 마사히루가 '살아나갈'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얼굴만 봐도 성격이 좋아보이기야 하지만, 평소 행동이 더 큰 영향을 끼칠거라는건 누구나도 알 사실이다.


       과거의 행동은 그를 어떻게 기억하게 판단할지 가늠하는 '증거'인듯 싶다. 과거의 아오야기는 매우 '착한'사람으로서 주위사람들에게 보여졌다. 아오야기가 암살범의 누명을 쓰고나서 그의 아버지에게 인터뷰가 몰렸지만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그러지 않았을것이라며 하루빨리 도망가라는 말을 하고, 그가 일했던 폭죽가게의 사장님또한 아오야기를 믿었다.



       


       가까이 일했던  택배회사 동료인 이와사키씨는 자신을 인질로 잡고 도망가게 해준다. 아오야기는 이렇게 하루를 또 버티는데, 이때 그를 도와주는 또 한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옛 여자친구인 하루코이다. 과거, 아오야기와 하루코는 공터의 오래된 빈 차에서 사랑을 약속하는데 그 차량을 기억해내고, 하루코는 그 차량의 베터리를 갈아끼워줌으로서 아오야기의 삶을 좀더 가능성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킬러'가 아오야기를 연기한 가짜인물을 찾아내지만, 그 대역을 보여주려 했다가 킬러도 당해버리면서, 아오야기는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가는걸 바라만 보게 된다. 그렇지만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그는 방송사와 연락해 자신을 취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하고, 자신을 잡아 죽이려는 경찰단체와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한다.


       공원에서, 그는 한밤중에 카메라 앞에서 말할 기회를 얻고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카메라가 치워지고 곳곳에서 저격수들이 나타나며 아오야기는 다시한번 사면초가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때, '폭죽놀이'의 추억을 가지고 있던 하루코와 폭죽공장 사장님의 덕택으로 '순간' 주위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아오야기는 하수구로 도망쳐 목숨을 건진다. 그리고 한동안 자취를 감춘다.


       시간이 지난뒤, 성형수술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살아가는 아오야기는 우연히 백화점에서 '하루코'를 만난다. 당황한 그는 백화점 승강기 앞에 몸을 최대한 밀착시키고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하고, 그런 그를 하루코의 딸은 무심히도 건들며 '불안한 분위기'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곧 하루코네 가족이 내리고, 아오야기는 약간의 호기심에 그녀의 따라 뒤늦게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하루코의 딸이 와서 '참잘했어요'도장을 아오야기의 손등에 찍으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



       영화는 내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어떻게 아오야기가 '신뢰'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얻었는지 보여주는데 집중하는게 아닌, 신뢰를 얻은 사람에게서 역설적으로 '휴머니즘'이란 가치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끝까지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동시에 그가 믿는 주변사람들(하루코, 이와사키, 부모님, 킬러, 병원아저씨 등)로부터 말이다.

       정보까지 통제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하는것까지 모두 애매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휴머니즘'이라는걸 말하는데 이 영화는 효과적이지만, 약간은 어색하고 애매한 스토리를 안고있어서 몰입도가 약간 떨어질 수도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건 이해할 수 있을만큼 전달이 되서 다행이었다. 매주 이렇게 EBS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이번달에 생각해야하는 가치가 어떤것인지 자꾸 고민하게 되는데 사회에서 알려주는 '휴머니즘'이었다는게, 마침 읽게될 '당신들의 천국'에서 알려주는 '사랑과 자유'에 대한 고민의 연결점인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좀 더 다른사람들을 믿게 될 수 있는, 그리고 내가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얻게 될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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