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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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국어 중등임용 자료/소설 전문 2017. 5. 16. 16:12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려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 장에서 한번이나 흐붓하게 사본 일 있었을까. 내일 대화 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 날 산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생원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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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13>책/한국문학 2017. 5. 16. 09:41
- 소설의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 글입니다. - 0. 화제작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라는 문장이 책 뒤편에 쓰여있는 소설책이다. 맘충? 맘충 그렇다. 보통 '충'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그 '벌레'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단어이다. 하필 왜 '벌레'냐고 묻는다면, 사회 통념이 '벌레 같은 놈'이라는 비하적 의미로 쓰이는 일종의 접미사로 한자어 '충'을 선택했다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이전에도 '충'이라는 접미사는 자주 쓰였다. 특히 학교에서 말이다. 잠충이(잠만 자는 애들을 놀리는 말), 식충이(먹는 것만 밝히는 애들을 놀리는 말)와 같은 단어들이 그 예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맘충'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이건 '엄마'를 비하하는 단어이다. 소설 속의 맥락에서는, '남자들의 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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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을 보고.영화 2017. 5. 15. 15:24
0. 계기 이 영화를 본지는 좀 되었다. 정확히 언제냐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본 그 다음날에 보았다. 이 영화를 미리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서 구매해다가 저장까지 해놨었고, 연달아 볼 생각이어서 연달아 보았었다. 안그래도 얼마 전에 홍대~합정~상수 근처를 돌아다니는데 마치 영화에서 나왔던 장면과 비슷한 카페를 보고나니 영화에 대한 기억이 나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길게 쓰지는 않을 것이다. 연달아 본 이유?를 굳이 말하면, 그냥 연달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홍상수라는 감독에 대해서 궁금함이 생겨서라고 말할 수 있다. 1. 줄거리 영화의 이야기는 직업이 화가인 영수(김주혁)가 자신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한 편, 그 이야기 중에 자신의 여자친구인 '민정'이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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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자유가 될 때'후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예술 읽기/전시회 후기 2017. 5. 12. 19:44
0. 본론에 앞서.얼마전에 5월 초 연휴를 이용해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진행중인 '예술이 자유가 될 때'(When art becomes liberty)를 보고 왔습니다. 당일 날씨가 최악이었습니다. 하늘은 푸르지만 미세먼지로 인해서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달리 이 전시회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어 그냥 강행했습니다. 이번 서울 나들이는 유독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첫날에는 2번의 게스트하우스 오버북킹이 있었고, 전시회를 본 둘째 날에는 전시회 티켓을 미술관 입구 바로 앞에서 잃어버려 입구까지 뛰어가 '재발급'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정말 이번 나들이에에 무슨 마라도 끼었는지.....힘들었던 여행을 좀 차분하게 만들어준 전시회입니다. 미술관 특유의 분위기 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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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을 보고.영화 2017. 4. 15. 14:17
0. 사연 나는 이창동 감독의 팬이다. 그의 작품인 초록 물고기 / 박하사탕 / 시 / 밀양 / 오아시스와 같은 작품들을 선호한다. 뭔지 모를 그 소박함과 솔직한 이야기들을 리얼리즘으로 풀어내는 그를 좋아한다. 어느날처럼 나는 심심했고, 이창동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딸려 나왔다. 이 영화가 나온 해에, 감독인 ‘윤가은’감독은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그럴만 하다. 이런 장편은 또 처음이다는 느낌이 든다. 중간에 쉴 곳이 없어서 오히려 힘들정도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런 느낌들을 좀 옆에다가 두고, 영화 자체에 대해서 먼저 평가를 하자면, '아이들은 어린데 내용은 어리지가 않았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영화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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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에 관한 명상 외 3편, 김원일 소설전집 권 22, 강책/한국문학 2017. 4. 11. 16:01
1. 작가에 관한 이야기. 작가 김원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냥 주워 들은 몇 가지만 있다. 아버지와 이산해서 북쪽에 있다가 숨을 거두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많은 작품들에서 분단의 흔적들이 드러난다는 점, 어둠의 혼을 쓴 작가라는 점 정도를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아는 것 하나 없는 작가들이 정말 많은데, 특히 80년대 이후 작가들에 몰려있다. 작가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시점이기도 하고, 한 편 80년대 이후에 나온 작품들 중 읽어본 작품들이 몇 작품 없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기왕 책을 조금 읽었으니,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간단하게는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오늘날,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작가의 시선을 언급하는 것은 좀 구식이다. 작가의 이 점을 작가가 담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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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보고영화 2017. 4. 9. 00:30
-1. 문제작이 영화는 문제작이다. 영화 배우 김민희와 영화 감독 홍상수 간의 불륜(사랑)이 터지면서 나온 영화이며, 자전적인 내용으로 해석할 여지가 매우 많기 때문에 문제작이다. 홍상수는 아직 이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민희와의 사랑은 공표되었고, 결국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실제의 불륜 이야기를 보게 된다. 또한, 도대체 홍상수의 부인은 무슨 죄냐는 이야기를 한다. 즉 '처자식'에 대해 미안하지도 않느냐는 말이다. 이는 사회 윤리와 결부되고, 우리 사회의 정서상 잘 납득하기 힘든 일에 속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사회 정서와는 별개로 영화가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다.나는 이 영화를, 이런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이 내가..